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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 진위 여부를 놓고 황우석 교수와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간의 진실 공방이 가열되면서 이를 둘러싼 시각도 극명하게 대립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지성은 없고 광풍만 불어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가 하면 ‘황 교수의 몰지각한 행위를 밝혀냄으로써 한국 과학계가 자정작용을 갖춘 것을 확인하게 됐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황 교수를 둘러싼 이 같은 공방은 진위 여부는 물론 황 교수 지지와 반대, 그리고 보수와 혁신 대결로까지 번지면서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그대로 표출시키고 있다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진위 여부가 최종적으로 가려지기 전까지 이 같은 대립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줄기세포가 없다’는 노 이사장의 주장이 나온 직후 이왕재 서울대 의대 연구부학장은 “황 교수로부터 배아줄기 세포가 없다는 사실을 이미 확인했다”며 “오늘(15일)을 한국 과학계의 국치일로 선언해도 좋다”는 극단적인 발언을 내놓았다. 한발 더 나아가 ‘잔칫날’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설대우 미국 피츠버그대 교수는 “이번 사건으로 황 교수 등 일부 몰지각한 인물을 제외하고 한국 과학계가 자정작용을 잘 갖추고 있음이 확인됐다”며 “한국 과학계의 국치일이 아니라 잔치를 벌어야 할 날이다”고 말했다. 황 교수의 우군이었던 김형태 황 교수팀 변호사도 이에 동참했다. 그는 16일 모 방송에서 “11개 배아줄기세포가 없다는 것은 사실일 것”이라며 “황 교수가 해명하지 못한 것은 정신적인 충격이 크기 때문에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다. 황 교수팀의 줄기세포 DNA 지문분석의 조작 의혹을 ‘BRIC’(브릭ㆍ생물학연구정보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처음 제기했던 젊은 과학도(필명 아롱)는 16일 “(황 교수는) 스스로 엄청난 짐을 졌고 알게 모르게 전국민이 떠밀듯이 올렸던 그 짐들을 이제는 훌훌 털어버리고 깨끗한 자연인으로 돌아오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는 말을 남겼다.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피력해온 시사평론가 진중권씨는 그간 황 교수를 지지해온 조선일보와 YTN 등 2개의 매체에 대해 업종 전환을 제안하는 등 독설을 퍼붓기까지 했다. 한편 이런 가운데 황 교수를 지지하는 주장도 커지고 있다. 팬카페 ‘아이러브 황우석’의 주인 윤태일(아이디 빈주)씨는 16일 자정 무렵에 올린 글에서 “이름을 대면 알 만한 유명 사회운동가가 황우석을 검증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느냐. MBC는 역사와 문명 앞에 중죄를 지었다”고 일갈했다. 윤씨는 덧붙여 “오로지 광풍만 불어대는 황량한 대한민국”이라고 개탄했다. 황우석 팬카페 사이트에는 황 교수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와 비판세력을 비난하는 글들이 수천건 올라와 있다. 수많은 회원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맞춰 황 교수에 대한 애정을 쏟아넣고 있다. 아이디 ‘반 MBC 강명석’은 “대한민국은 희망이 없어 보인다. 역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황 박사님이 모든 걸 증언할 때까지는 침착하자. 외부 압력에 의해 줏대 없는 인간들은 나라를 망하게 한다”고 말했다. 줄기세포 진위 여부를 떠나 황 교수에 대한 사랑의 글도 적잖이 올라와 있다. ‘이브 몽땅쥬’는 “논문을 취소하는 결과가 나와도 위대한 과학자가 더 큰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성원을 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는 1’이라고 밝힌 카페 회원은 “줄기세포가 1개든 100개든 과학적 발전은 발전이다. 성공률을 높이면 된다”며 황 교수에게 지지를 보냈다. 이밖에 적지않은 지지자들은 줄기세포 진위는 후속 연구를 통해 밝혀내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회원들은 자유게시판과 뉴스 게시판을 제외한 모든 게시판을 폐쇄하며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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