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자가 절망에 빠졌다. 한 사람은 형사. 아들이 중병을 앓는데 수술비를 마련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절망 속에서 유흥가 뒷돈이나 뜯어먹으며 하루를 살아간다. 또 한 사람은 전직 건달. 여자친구와 깨끗하게 새 출발을 하려고 하는데 ‘건달의 과거’가 발목을 붙잡는다. 결국 옛 조직을 위해 청부폭력을 감행한다. 영화 ‘강적’은 이렇게 두 남자를 막다른 골목에 몰아 넣는다. 그리고 이 둘 사이를 묶어 놓는다. 청부폭력이 살인누명으로 번진 수현(천정명)이 탈옥과정에서 우연찮게 형사 성호(박중훈)를 인질로 잡게 된 것. 납치범과 인질의 관계로 두 사람은 처음엔 격렬히 대립하지만 이내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절망에 빠졌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결국 두 밑바닥 인생은 살인누명을 벗고 또 하나 아들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공동운명체를 만든다. 영화는 홍보 카피에 인질과 납치범의 감정적 동화를 뜻하는 ‘스톡홀름 증후군’ ‘리마 증후군’ 등의 문구를 써가며 이 이야기가 인질관계를 기반으로 한 액션극이라고 자신을 포장한다. 하지만 영화 속 비춰지는 수현과 성호의 모습은 정상적인 납치범-인질의 모습이 아니다. 수현은 성호를 과격하게 몰아붙이지 못하고 성호 또한 수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성호는 아들 수술비 마련을 위해 수현에게 자신을 죽여달라고 애원하기까지 한다. 감독도 이 둘의 모습을 납치범-인질, 범죄자-형사로 나누고 분리하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밑바닥 인생’이라는 공통점을 부각시킨다. 결국 두 사람이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한 팀이 되는 순간 영화는 두 사람의 대결이 아닌 부조리한 세상의 ‘강적’과 이에 맞서는 밑바닥 인생들의 이야기로 진화한다. 이렇게 영화 ‘강적’은 거대 구악에 맞서는 밑바닥 인생들의 투쟁기가 된다. 아쉽게도 영화의 이야기전개와 대사 등은 그리 자연스럽지 못하다. 인물들은 개연성보다는 충동에 의지해 행동하고 등장하는 대사들 또한 현실적이라기보다는 문어적이다. 영화 속 악당들이 내뱉는 지나치게 부담스러운 문어적 대사 때문에 객석에선 종종 실소가 터지기도 한다. 하지만 적어도 주인공 두 사람을 묘사할 때 만큼은 힘이 실린다. 전작 ‘정글쥬스’에서 뒷골목 양아치들의 세계를 섬세하게 묘사했던 조윤호 감독은 이번에도 절망에 빠진 밑바닥 인생의 심리를 괜찮게 그려냈다. 6월 22일 개봉.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