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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재벌 좌우해선 안됩니다"
입력2002-03-26 00:00:00
수정
2002.03.26 00:00:00
민주 경선돌풍 노무현후보 특별인터뷰민주당 국민참여경선에서 '노무현 돌풍'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특히 노무현 돌풍이 경선 중반에 들어서면서 더욱 거세 경쟁대열에 나섰던 후보들이 잇따라 사퇴를 표명하고 있다.
노무현 후보의 인기급상승은 노 후보의 본선경쟁력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노 후보는 그동안 여야를 망라한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렸던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를 최근 여론조사에서 크게 앞서고있다.
노 후보를 만나 돌풍의 원인, 경선에서의 주안점, 한국 경제상황에 대한 진단과 전망을 들어봤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와 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첫째 국민통합에 대한 국민들의 욕구가 광주 시민의 선택을 계기로 분출되고 있습니다.
둘째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호화빌라 사건에 분노한 국민들이 상고 출신인데다 서민을 위한 정치를 주장해 온 저에 대한 지지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노 후보가 주장하고 있는 대안론의 실체가 입증되고 있습니다. 대안론의 골자는 어떤 것이며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와 이인제 민주당 고문의 대세론과도 비교해주십시오.
▲대안론의 핵심은 본선 경쟁력입니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의 대결에서 승리하려면 한나라당의 영남 몰표를 저지하고 전국적으로 골고루 높은 지지를 받는 후보가 민주당의 후보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광주시민의 선택을 계기로 대안론은 입증되었다고 봅니다.
-경제문제는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입니다. 우선 종합주가지수가 900포인트 안팎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데 지금의 증시상황과 전망을 말씀해주십시오.
▲주가가 너무 가파르게 오르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주가가 저평가돼 올라갈 수밖에 없긴 하지만 너무 가파르면 여러가지 부작용이 있지요. 얼마 전에 우리증시의 적정주가지수는 현재보다 2.5배 이상 올라야 한다는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앞으로 2,000포인트까지 갈 수 있겠지요. 하지만 급등락하지 않고 천천히 목표에 도달했으면 합니다. 주가는 기업과 증시의 투명성ㆍ신뢰성 정도를 반영하는 것이고 이는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지요.
여기서 한 마디 덧붙이면 대선후보는 증시에 큰 관심을 가지지않았으면 합니다. 대선후보가 증시에 관심을 가지면 정책 집행자들이 부담을 느껴 좋지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절대로 증시에 인위적 개입이 있어서는 안됩니다.
-노 후보의 재벌개혁론을 감안할 때 전경련 등의 부정적인 감정이 적지 않은데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지요.
▲재벌이 그동안 정치권력 때문에 불편을 겪었던 게 사실 아닙니까. 그러나 정치권력이 재벌의 사활을 좌우해선 절대 안됩니다.
정권은 유한하지만 재벌은 상대적으로 장구한 것 같습니다. 제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시장경제를 해나가는데 큰 변화는 없을 것입니다. 저는 생각하는 것보다 극단적이지 않고 그런 정책은 아무 것도 없어요.
한국경제를 살리려면 글로벌 스탠더드 즉 세계표준에 맞춰가야 합니다. 이를 위한 기본정책은 투명성ㆍ공정성 등이 되겠지요.
이 때문에 제가 좀더 원칙적일 것이란 점은 사실입니다. 제가 사용자쪽보다는 노동자쪽에 치우칠 것이란 우려가 있는 것 같습니다만 제가 대단히 합리적인 사람입니다. 누구에게 영합할 생각이 없습니다.
합리적으로 도출된 결론을 따를 것이고 공론화된 여론을 존중할 생각입니다.
-경기회복에 대한 거품론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최근 경기회복 상황을 어떻게 보십니까.
▲경기는 오래전부터 회복기미가 예고됐습니다. 지금 논쟁은 정부가 부양책을 계속 쓸 것이냐, 아니면 부양책에서 손을 뗄 것이냐 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정부가 경기부양책에서 손을 뗄 때가 됐다고 보지만 이는 전적으로 정부가 결정할 일입니다. 최근 전문가들로부터 부양책을 계속 쓸 경우 위험하다는 의견을 많이 듣고 있습니다.
-지난 25일 김중권 후보의 전격적인 중도사퇴에 대한 이해득실과 이인제 고문의 사퇴설에 대한 입장은.
▲아무래도 좀 낫겠죠. 김중권 후보는 표를 많이 얻었고 저와 지지기반도 겹치기 때문입니다. 후보가 1명만 남더라도 끝까지 전력을 다해 뛰겠다. 또 경선에 참여할 진심어린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승부욕이 없어지면 김빠진다. 경선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기 위해 짐짓 작위적 연출을 하는 것은 필요 없으며 국민들은 이미 다 알고 있다.
-민주당 경선과 대권 본선에서 상대 후보들이 서민정치인을 표방한 노 후보의 요트소유와 여성편력 등의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 진상은 무엇입니까.
▲요트문제는 지난 88년부터 여러 차례 거론된 것으로 어떤 후보가 이 문제를 제기한다면 그 사람만 치사해질 겁니다. 여성편력이라고 하는 것도 모두 지나간 것들이에요.
-부동산값 폭등으로 서민생활에 주름살이 갈 것으로 보입니다. 부동산값 안정대책이 있다면.
▲경기부양책중 주택경기 부양책이 중요하지만 주택경기를 분양제도 개선을 통해 부양하려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부동산 값 안정을 위해서는 물량공급을 늘리는 방법으로 해야 합니다. 말하자면 토지나 임대주택의 공급인데 이는 공공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부동산 값은 서민생활 안정에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가격이 아닌 공급 자체의 조절을 통해 다시 말해 토지와 아파트 공급량을 늘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쟁 후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들려주시죠.
▲공방이든 논쟁이든 좀 수준 있게 하되 상호 비방을 통해 싸움만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저는 경선 초반 후보의 역사성ㆍ정당성ㆍ정통성ㆍ도덕성 등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한 논쟁에 적극 나섰으나 이 마저 우려가 많아 중단했습니다. 일국의 대통령 후보를 뽑는 거라면 토론의 수준을 높여야 합니다.
특히 저에 대한 보수층 지지에 대한 말이 많은데 저는 우리나라의 중추를 이루는 지식인 사회, 즉 고소득ㆍ고학력ㆍ여론주도층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이들은 건강한 보수에 해당되지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과 본선에서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두고 다른 후보와 차별화하실 계획입니까.
▲이미 충분히 차별화되어 있다고 봅니다. 새로운 차별화 계획은 없습니다. 다만, 근거없는 비방과 흑색선전에 대해서는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대응할 계획입니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될 경우 정계개편을 추진하고 이를 위해 기득권을 포기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 구상하고 계시는 구체적인 정계개편의 방향은 어떻습니까.
▲정계개편 얘기는 여러 달 전부터 하던 이야기입니다. 현재 정치구도는 지역구도입니다.
이 지역구도를 정책구도로 바꾸자는 것입니다. 단지 지역구도 때문에 한나라당에 있는 개혁세력들을 받아들여 민주당을 확대재편하자는 것입니다.
-국민의 정부 5년을 평가해 주십시오.
▲국민의 정부가 일궈낸 성과는 환란의 극복입니다. 성장률이나 인플레이션 비율 같은 거시지표도 모두 호전됐고 외국 신용평가회사들의 평가도 투기등급에서 투자적격까지 뛰어 올랐습니다.
이러한 거시변수의 호전보다 더 중요한 것은 4대부분 구조조정 등 우리 경제구조와 체질을 개혁한 것입니다.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위한 개혁 철학과 노선을 정립했습니다. 저는 이런 정책은 더욱 발전시킬 것입니다. 반면 한계도 있었습니다.
국민의 동의를 충분히 끌어내지 못했습니다. 고통이 수반되는 경제개혁정책을 추진하는데 많은 국민들의 동의를 얻는데 실패했습니다.
관치경제에서 시장경제로 메카니즘을 바꾸어 나가는데 사람들의 신뢰를 얻는데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중요한 문제에 관해서는 대통령이 나서서 조정을 하고 국민적 통합을 이뤄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구동본기자
대담=황인선(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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