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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화세트·이벤트로 영화 관객몰이 한다
입력2000-06-19 00:00:00
수정
2000.06.19 00:00:00
박연우 기자
호화세트·이벤트로 영화 관객몰이 한다「영화 흥행을 위해서는 볼거리와 이벤트가 필요하다.」
다양한 취향과 눈높이가 높아진 관객들의 호기심을 유발하기 위한 영화 제작사의 영화 마케팅이 날로 엔터테인먼트해지고 있다.
최근 제작중인 한국영화들의 평균제작비는 20억원. 「쉬리」「유령」「인정사정 볼 것 없다」등 한국영화의 흥행성공에 따른 기대감의 상승을 보여주는 현재의 제작비 규모는 우선 날로 화려해지는 세트 제작과 파격적이고 재미있는 이벤트로 관객을 공략하고 있다.
먼저 억대규모의 오픈세트가 속속 그 위용을 드러낸다. 최근 일반인에게 공개된 「공동경비구역 JSA」(박찬욱 감독, 명필름 제작)의 오픈세트가 그 대표적이다.
판문점 오픈세트는 8,000평 부지에 8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판문각, 팔각정, 회담장을 실제 판문점의 90% 크기로 재현했다. 또한 돌아오지 않는 다리와 남북 초소 오픈세트는 충남 아산에 1억원 예산으로 제작됐다.
양 오픈세트에 들어간 총 제작비는 9억여원. 지금까지 지어진 한국영화 오픈세트의 예산과 규모면에서 국내 최초, 최대를 자랑하고 있다.
한국 최대의 화재 재난영화를 표방하면서 촬영에 들어간 「싸이렌」(이주엽감독, 선우프로덕션 제작)은 실감나는 화재장면을 위해 1억5,000만원짜리 세트를 제작, 촬영시 불을 지르는 과감한 시도를 하기도 했다.
강제규필름의 두번째 작품「단적비연수」(박제현 감독, 강제규필름 제작)은 경남 산청에 오픈세트를 지었는데, 산청군으로부터 1억원을 지원받아 2억원 규모의 세트를 제작, 영화의 배경이 되는 역사 이전의 신비로운 공간을 연출해냈다.
「시월애」(이현승 감독, 싸이더스 우노필름 제작)는 강화도 옆 석모도에 초호화판 집을 지었다. 1997년의 남자 이정재와 2000년의 여자 전지현이 사는 「일마레」란 집으로, 외관을 완성하는데만 2억여원이 들었다.
김기철 미술감독이 설계를 한 「일마레」는 극중 아버지가 이정재에게 남겨준 선물. 이야기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주무대인만큼 이현승 감독이 특별히 신경을 썼다.
갯벌 위에 짓느라 지반 공사에만 3주가 걸렸다. 이뿐 아니다. 석달 뒤 촬영이 시작될 때 햇빛이 비치는 방향까지 계산, 「일마레」의 계단위로 낙조가 떨어지도록 토대를 쌓았다.
현재 마무리단계에 있는 「물고기자리」(김형태 감독, 제이원프로 제작)의 오픈세트도 눈길을 끈다. 서울 압구정동에 건물 한채를 아예 새로 지었다.
주인공 이미연의 비디오가게가 있는 건물로,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다가 결국 압구정동 한복판에 오픈세트를 만들기로 했다. 원래 주차장이었던 곳을 대여, 1억여원을 들여 건물을 올렸다.
한편 영화보다 더 재미있는 이벤트는 지난 16일 광화문네거리 전광판에서 시사회를 가졌던 「전 엑스 캅」(26일 개봉). 화려한 특수효과와 통쾌한 액션이 강점인 영화의 특성을 잘 살렸다는 반응이다. 여기에 든 예산은 약1,500만원. 이벤트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예산규모 또한 증가한 것이다.
최근 개봉한 「데스티네이션」과 「헌티드 힐」의 이벤트도 이색적이다. 공포영화라는 장르적 특성을 살려「헌티드 힐」은 영화 상영도중 비명을 지르지 않고 눈을 가리지 않는 관객을 선발해 상금 100만원을 주는 이벤트를 열었고, 「데스티네이션」은 금요일 밤 자정에 장의버스를 타고 서울 근교 폐교에서 영화를 보는 깜짝쇼를 열었다.
이같이 영화들이 이벤트를 크게 기획하는 또다른 이유는 각 영화가 갖고 있는 상대적인 약점 때문이다. 바로 영화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대스타가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스타를 대신할만큼 큰 이벤트를 통해 관객들의 관심을 유도하려는 것이다.
박연우기자YWPARK@SED.CO.KR
입력시간 2000/06/19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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