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브록든 호주자산운용협회장은 18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한·호주 공동 금융포럼’에서 호주의 퇴직연금 제도인 슈퍼애뉴에이션이 한국 퇴직연금제도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슈퍼애뉴에이션은 일정 소득을 올리는 모든 근로자라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호주의 퇴직연금제도다. 사용자는 근로자 연봉의 9% 정도를 의무적으로 납입하도록 한다. 아직 확정급여(DB;Defined Benefit)형 비중이 큰 한국 퇴직연금 시장과 달리 호주는 근로자의 대다수가 확정기여(DC;Defined Contribution)형에 가입되어 있어 개인 책임하에 연금이 운용된다. 근로자는 다양한 운용방식 가운데 원하는 모델을 선택할 수 있다.
브록든 회장은 “호주는 법적으로 퇴직연금 가입을 의무화하고 장려해 자산운용 시장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며 “한국도 호주의 퇴직연금 제도가 경제 전반적으로 미친 영향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호주는 퇴직연금 제도를 바탕으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펀드 시장을 키워냈다.
브록든 회장은 최근 한국과 호주 간 교역 성장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한·호주 경제 교류의 성격이 변화하고 있다”며 “과거 철광석 등 원재료를 수출하는데 집중했지만 이제는 금융서비스를 교류하는 시대로 흘러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아직 양국 간 금융서비스 정보가 부족한 실정”이라며 “한국과 호주는 향후 30년간 어떻게 교류를 이어나갈지 그림을 그려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브록든 회장은 올해 4월 타결된 한·호주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호주자산협회는 양국 간 FTA 타결을 환영한다”며 “양국 간 금융서비스 규제 장벽을 완화한다면 한국의 자산운용업계가 1조7,000억달러를 웃도는 호주 금융서비스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록든 회장은 아시아 펀드 패스포트 제도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아시아 펀드 패스포트는 아시아 지역에서 특정 요건을 갖춘 역내펀드에 대해 별도의 규제 없이 각국에서 교차판매를 허용하는 제도를 말한다. 그는 “아시아 펀드 패스포트 제도가 정착되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거대한 펀드시장으로 거듭난다”며 “한국과 호주 양국은 이러한 역내 시장에 진출해 운용시장을 성장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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