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비즈 트렌드가 자리잡은 가운데 올 여름 대세는 린넨이다.
린넨은 아마식물 줄기에서 얻은 인피섬유로 의복용 섬유로서는 가장 오래된 소재다. 이집트 미이라의 포의도 아마섬유로 알려져 있다. 아마는 4~5월 경 파종해서 1m 정도 자라는 1년생 초본으로 무명이 보급되면서부터 그 용도가 감소됐으나 강인하고도 광택이 있으며 청량감으로 현대 들어 잘 사용된다. 특히 요즘에는 가공 기술이 발달해 구김이 예전만큼 심하지 않아 스타일링을 잘 해서 입으면 비즈니스 캐주얼 룩과 자유분방한 캐주얼 룩 등 자유자재로 연출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평소 비즈니스 캐주얼 스타일을 선호하는 남편에게 유니클로 린넨 셔츠 3벌을 선물했다. 코발트 블루, 스카이 블루, 화이트 컬러 등 3만9,900원짜리 3벌로 멋스러운 여름 코디를 제안했다.
옷을 입기 전 스팀 다리미로 주름을 폈지만 아주 빳빳하게 다려지지는 않는다. 자연스러운 주름은 그대로 살아 있다. 린넨 소재 특유의 구김이 자유분방한 스타일링을 연출하기 때문에 셔츠 하나 걸쳤을 뿐인데 멋을 안 낸 듯 낸 듯하다. 린넨 셔츠와 더불어 발목이 보이는 유니클로 체크 무늬 치노 팬츠를 함께 매칭하고 요즘 유행한다는 슬립온 슈즈를 권했다. 출근 후 오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 카톡이 왔다. "반응 폭발적, 3만9,000원이 39만9,000원 짜리로 보인다고 아우성." 가격이 저렴한 유니클로 제품이라고 하자 직원들은 믿을 수 없다고 한목소리를 냈다는 전언이다.
남편은 요즘 린넨 셔츠만 입는다. 긴 소매를 2~3차례 접어 입으면 더워 보이지도 않고 통기성이 좋아 몸에 붙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덥지도 않다는 것. 실내 에어콘 바람이 부담스러울 땐 소매를 올렸다 내렸다 자유자재로 온도 변화에 대응하니 실내외 온도차가 큰 여름에 린넨 셔츠만큼 활용도가 좋은 옷도 없다는 설명이다. 또 린넨 셔츠는 하의를 어떻게 받쳐 입느냐에 따라 캐주얼 정장으로 변신하고 자유분방한 캐주얼로도 연출이 가능해 한철 합리적인 가격으로 입기 제격이다.
가장 무난한 화이트 컬러의 린넨 셔츠를 덩달아 시도해 봤다. 주로 청바지를 즐겨 입는 편이라 화이트 소매를 접어 올리고 짙은 스키니 청바지에 포인트가 되는 옐로우 구두로 포인트를 줬다. 속에는 화이트 민소매 나시를 받쳐 입고 단추를 풀어 보이시함을 연출했다. 캐주얼 분위기가 물씬 나지만 마냥 흐트러짐이 없는 게 바로 린넨 셔츠다. 자유 속에도 절도가 있다.
이번에는 무거운 자리의 점심 미팅을 감안해 스카이 블루에 블랙 정장 팬츠로 분위기를 180도 바꿨다. 하의만 바꿨을 뿐인데 다른 느낌이다. 린넨 셔츠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멋스럽고, 클래식하면서 모던하며, 단아하면서 세련된 양면적인 모습을 교묘하게 드러내는 장점을 가졌다.
지난 주말에는 화이트 린넨 셔츠에 당근색 반바지, 5cm 굽의 슬립온 슈즈로 피크닉 분위기를 냈다. 올 여름을 강타한 미러렌즈 선글라스를 헤어밴드로 대신하고 크로스백을 메고 나가니 가족들이 5살 더 어려 보인다고 했다. 반바지를 입었지만 상의를 평소 티셔츠가 아닌 린넨 셔츠로 갈음하니 더 시원해 보이면서도 반바지가 주는 가벼움을 덜어줬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역시 구김이다. 아무리 가공 기술이 좋아지고 세탁이 편해졌다고는 하지만 세탁 후에는 무조건 다리미로 다려야 함을 물론이고 입고 있는 동안 구김이 많이 생긴다. 린넨 셔츠를 입었을 때 운전이 부담스러울 정도다. 특히 사무실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아래 쪽 구김이 더 많이 가는 편이다. 구김 그 자체를 멋과 자연스러움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여름 필수 아이템으로 더할 나위 없지만 깔끔한 스타일을 중시한다면 셔츠가 옷장에서 나오기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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