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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구태 못벗은 국회예산심의
입력1998-12-04 00:00:00
수정
1998.12.04 00:00:00
올해도 역시 예산 국회는 구태를 벗지 못했다. 국회의 내년도 예산 심의가 예상됐던대로 당리당략의 정쟁에 휘말려 졸숙으로 끝나고 그나마 끝내 법정시한을 넘기고 말았다. 정권이 바뀌고 국제통화기금 체제의 비상시기를 맞아 이번에는 국회도 심기일전할 것으로 바랐던 국민의 기대가 물거품이 되었다.국회의 주요 기능은 입법과 예산심의일 것이다. 특히 국회가 다른 나라에 없는 국정감사권을 부여받은 것은 국민을 대신해서 국정을 감시하고 예산과 결산을 제대로 심의하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그럼에도 국회는 본분과 기능을 저버리고 과거와 다를 바 없이 예산심의 회기동안 정치싸움과 당리 챙기기의 구태를 재연했다. 국민의 혈세를 바탕으로한 나라 살림의 쓰임새에 대해서는 소홀히 했다. 생색내기 질문에 얼버무리기 답변,지역사업 챙기기,로비와 청탁의 난무,시간에 쫓긴 막판 계수조정 등 개혁시대와는 조금치도 어울리지 않는 풍속도를 그대로 그려냈다.
변호사 출신 의원들의 전문직 부가세 반대,제2건국위 지원예산 논란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이다. 총풍(銃風)사건과 경제 청문회를 연계시킨 정략이 예산국회를 어지럽게 했다.
이같은 문제들은 정치적 쟁점으로 삼을 수는 있겠지만 예산안 처리를 시한 넘게 늦추거나 혈세를 볼모로 할 만큼 초법적 사안은 아니다. 총풍수사나 경제청문회문제는 예산과 분리해서 별도로 논의하고 협상하는 것이 마땅하다.
우리의 예산국회는 한번도 순탄하고 제대로 심의된 적이 없다.정책을 따지고 대안을 제시하는 국회가 아니었다. 정치적인 당략으로 여야가 대결하고 투쟁하는 장으로 여겨져 왔다. 결국은 처리 시한을 넘기고 물리적인 저지와 날치기로 끝막음을 해왔던 것이다.
이번에도 그런 과정을 밟아 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 시대에 각 분야가 치열한 개혁을 진행하고 고통을 나누고 있는데 정치권만 변하지 않고 구태를 재연하고 있다.어느나라 국회냐는 국민의 비난과 원성이 쏟아지지 않을 수 없다.
내년부터는 예산결산위원회가 상설되리라고 한다. 1년 내내 상임위가 열려 언제라도 정부의 예산 집행을 감시할 수 있게 될것 같다. 졸속과 부실심의가 크게 보완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같은 국민적인 기대도 내년으로 미루어 둘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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