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과 대선이 모두 치뤄지는 ‘선거의 해’를 맞아 유력 정치인과 관련된 테마주들이 신년 초부터 이유 없는 널뛰기 흐름을 보이고 있다. 각 기업들의 이익모멘텀이 크게 둔화된 상황에서 증시 유동성이 정치 테마주로만 쏠림에 따라 코스닥시장 자체가 흔들리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급등하는 종목의 경우 정치 상황에 따라 급락할 수 있어 투자에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4일 코스닥시장에서 운송ㆍ철강제조업체인 유성티엔에스와 팬시문구 제조사인 바른손은 나란히 이틀 연속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바른손은 장 시작부터 기록한 상한가를 장 마감때까지 이어갔다. 특히 이 종목을 사겠다고 대기한 물량도 100만주를 넘었다.
사업 분류상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유성티엔에스와 바른손이 올해 들어 3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보이며 각각 39.73%, 39.46%씩 비슷한 폭으로 상승한 이유는 이들이 모두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테마주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유성티엔에스는 이 회사가 속한 서희그룹의 이봉관 회장이 문 이사장의 모교인 경희대 총동문회장이라는 이유로 테마주로 편입됐다. 바른손의 경우는 문 이사장이 근무하던 법무법인의 고객사라는 이유로 테마주에 합류했다.
올 들어 증시를 달구는 정치인 테마에는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 관련주도 빠지지 않는다. 박 위원장의 동생인 박지만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EG는 이날 장중 상한가에 육박하는 14.16%까지 오르는 등 초강세를 보인 끝에 4.81% 상승으로 거래를 마쳤다. EG는 새해 들어 사흘 동안 27.69%나 상승하는 등 최근 나흘 연속 급등세를 연출하고 있다.
어느덧 정치인 테마주의 대표격으로 부상한 안철수연구소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과 새해 첫날부터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던 안철수연구소는 또다시 반등에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이 종목들이 유동성을 빨아들이면서 시장을 왜곡하고 있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안철수연구소와 박 위원장 테마주인 EG, 아가방컴퍼니의 거래대금은 각각 3,070억원, 2,982억원, 1,868억원을 기록했다. 이날 코스닥 전체 거래대금이 3조6,279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들 단 세 종목의 거래대금(7,921억원)이 전체 시장의 21.8%나 차지한 셈이다. 여기에 문 이사장 테마주처럼 상한가로 인해 불가피하게 거래가 안된 종목들까지 고려하면 정치인 테마주의 실제 시장 잠식 효과는 훨씬 더 커진다.
이렇게 올 들어 정치인 테마주가 더 기승을 부리는 것은 총선, 대선 등 선거가 점차 가까워 옴에 따라 유력 후보의 윤곽이 빠르게 드러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연초 각종 언론 설문조사를 통해 유력 대선 후보들이 소수로 압축되면서 테마주도 이들을 중심으로 집중되는 양상이다. 안 원장과 박 위원장, 문 이사장은 대부분의 언론 조사에서 다른 정치인들을 비교적 큰 차이로 제치고 대선 지지도 1~3위를 차지한 인물들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선거의 경우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연초부터 도박하듯 테마주에 투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테마주 대부분이 실적과 무관하게 움직이는 만큼 급락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올 들어 선거 영향으로 테마주가 더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올해 내내 테마주들을 상시 감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테마주 불공정거래 단속 강화 방침을 계속 고수하겠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금감원 시장감시팀과 한국거래소 사이버시장감시반으로 구성한 합동 루머단속반을 올해도 상시 가동할 것”이라며 “올해의 경우 선거가 많은 만큼 이유 없이 급등하는 기업 가운데 문제 있는 종목을 꾸준이 적발ㆍ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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