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육성으로 창조경제를 이룩하겠다는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창조경제의 젖줄이 돼야 할 관련 기금은 거꾸로 메말라 가고 있다. 마땅한 추가 수입원 없이 기금이 운용되면서 다른 기금에까지 도움을 요청하는 등 오히려 1990년대만도 못한 사상 최악의 상황에 허덕이는 형국이다.
13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과학기술진흥기금의 올해 사업비는 817억2,400만원으로 지난 1992년 기금이 출범한 후 처음으로 1,000억원을 밑돌았다. 계속 줄어들던 과학기금이 지난해 1,013억원에서 올해 무려 19.3%나 삭감됐기 때문이다. 곳간이 마르면서 새로운 지원 사업은커녕 고정 사업 재원을 메우는 데도 버거운 모양새다. 실제로 지난해 시행된 17개 사업 가운데 3개는 폐지됐고 나머지는 예산이 줄었다.
비상을 맞은 것은 과학 관련 기금의 양대 축인 원자력연구개발기금도 마찬가지다. 올해 원자력연구개발기금의 사업비는 1,987억4,700만원으로 지난해 2,101억원에 비해 114억원가량 줄었다. 이마저도 올 수입액이 1,782억원에 그치면서 205억원 정도가 구멍 나게 생겼다.
과학기술 업계에서는 해당 분야를 제대로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과학 관련 기금의 안정적이면서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관계 부처들의 협조를 통해 기금 재정 악화를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아 고경력 과학기술인 활용 사업을 진행 중인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길상철 책임연구원은 "올해 예산이 지난해보다 많이 줄어들어 초빙할 수 있는 퇴직 과학기술인력이 크게 줄어들게 됐다"며 "기금 재정이 좋지 않으면 관련 사업에도 악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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