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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선언이후] 北, NLL침범어선 하루만에 돌려보내
입력2000-06-17 00:00:00
수정
2000.06.17 00:00:00
한영일 기자
[6·15선언이후] 北, NLL침범어선 하루만에 돌려보내「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반세기 이상 불신과 대결로 치달았던 남북관계가 예상을 넘어서는 수준의 해빙무드를 맞고 있다.
특히 북한 당국은 15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대남 체제비판 및 비방방송 전면중지, 6·25 전쟁 50주년 행사취소 조치를 취한 데 이어 월경(越境)했던 우리 어선을 하루 만에 풀어주는 등 잇따라 파격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에 걸맞게 우리측도 16일 대북 체제비판 및 비방방송을 전면 중단하고 6·25 전쟁 50주년 기념사업의 규모를 대폭 축소하기로 하는 등 화답하고 있다.
북한은 「괴뢰도당」 「만고역적」 등과 같은 비방방송은 16일 0시를 기해 완전히 사라졌고 그 대신 『우리는 김정일(金正日) 장군님의 영도 아래 잘 먹고 잘 산다』는 등의 체제홍보서 대남방송만이 간간이 내보내고 있을 뿐이다.
특히 북한 당국이 15일 오후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영해로 들어온 결성호(선장·장태신)를 간단한 심문만 한 뒤 16일 오전 돌려보낸 것은 전례없는 일로 해빙무드를 실감케 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95년 5월30일 백령도 근해에서 조업 중 중국 경비정에 나포됐다가 귀항하면서 항로를 이탈, 북한 영해에 들어온 어선을 7개월 가까이 억류한 뒤 선원 3명만 송환시키고 선박은 끝내 돌려주지 않은 바 있다.
이날 백령도로 귀환한 뒤 선장 장씨와 선원 유덕희씨를 상대로 5시간에 걸쳐 진행된 군·경 합동심문조의 심문 결과는 북한의 변화된 자세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장씨 등의 진술에 따르면 북한 병사들은 이들과 잡담도 나눴으며 상부에서 심문관들이 와서 심문을 했으나 전혀 위협적인 분위기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북한 심문관들은 우리의 가족사항과 직업, 국경을 넘게 된 경위, 심정 등에 대해 5~10분 가량 심문한 뒤 「남쪽으로 가고 싶느냐」고 물어 「그렇다」고 대답했다』며 『북한군을 보았을 때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또 이들은 『심문이 끝난 뒤 라면을 먹고 눈이 가려진 채 콘크리트 바닥으로 된 취침장소로 인도됐다』며 『취침장소는 전체적으로 굉장히 편안한 분위기였다』고 전해 평양 정상회담 이후 북한당국의 배려가 있었음을 보여줬다.
북한군은 16일 오전 7시께 아침식사를 준 다음 스크루에 걸린 그물을 직접 풀어준 뒤 자신들의 현재 위치를 알려주고 「백령도는 저쪽이니 돌아가라」고 친절하게 가르쳐 주어 오전 9시께 백령도를 향해 출발했다는 게 이들의 얘기다.
이런 방식으로 남북한이 「6·15 남북공동선언」의 정신에 충실하게 성의있는 조치를 취해 나갈 경우 상호간의 비방방송 중단을 넘어 확성기 철거는 물론이고 남북 군사당국자간의 직통전화 개설, 상호 군사훈련 사전통보 등 군사신뢰 조치도 머지 않은 시기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영일기자HANUL@SED.CO.KR
입력시간 2000/06/17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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