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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경영 다시 주목 받는다] <2> '미래'를 보는 책임경영

서울 면세점 확보전서 이부진·정몽규·김승연 리더십 돋보여

MK-한전부지·JY-평택 '통 큰' 투자로 미래 성장동력 확보


서울 면세점 후보 기업들이 최종 프레젠테이션(PT)을 앞두고 있던 지난 9일. PT가 진행된 영종도 인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깜짝' 등장했다. 이 사장은 이날 직접 떡 상자를 들고 나타나 PT를 앞둔 HDC신라면세점 공동대표인 양창훈 아이파크몰 사장과 한인규 호텔신라 부사장 등을 응원했다. 이 부사장은 최고경영자(CEO)들과 환담하는 자리에서 "잘되면 여러분 덕이고 떨어지면 제 탓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격려했다. 그는 지난달 실무진과 만난 자리에서 한 임원이 "옷을 벗을 각오로 하고 있다"고 밝히자 "저는 옷을 벗을 수도 없다"고 농담하며 오너로서의 무한 책임을 거듭 강조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면세점 사업권 쟁탈 전쟁을 오너 경영의 힘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 사례로 주목하고 있다. 열세가 예상됐던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의 리더십을 중심으로 판을 뒤집었다. 반면 SK네트웍스는 워커힐 면세점을 보유해 풍부한 노하우를 갖고 있음에도 고배를 마셨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기업들이 사운을 건 정면 승부를 벌일 때는 정량적(定量的)인 요인보다도 오너의 '뚝심'과 같은 정성적(定性的)인 요인이 승패를 가를 때가 많다"며 "수출시장과 내수가 동시에 움츠러들어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오너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너 경영의 특징으로 리더십과 더불어 과감한 의사결정을 꼽는 시각도 있다. 한 기업에 대해 주인의식을 갖고 때로 무한 책임을 자처하는 오너만이 내릴 수 있는 경영상 과감한 판단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와 함께 한라비스테온공조를 사들인 한국타이어는 대표적인 사례다.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은 올해 3월 이 회사 사내이사에 선임되며 경영에도 본격적으로 참여했다.

재계에서는 당초 한국타이어의 인수설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다. 인수금액만 3조9,000억원에 달해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던 탓이다. 주요 고객사인 현대자동차와의 관계가 껄끄러워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하지만 인수 7개월여가 흐른 현재 우려 섞인 시각은 점차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타이어에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한국타이어의 지난해 매출은 6조6,808억원으로 전년 대비 5.5% 줄어 16년 만에 역(逆)성장했다.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의 공세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오너 경영은 때때로 재계가 깜짝 놀랄 '통 큰' 투자를 단행해 미래 성장의 큰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매년 경영진단을 통해 실적을 평가 받는 월급쟁이 사장들은 하기 어려운 결단이다. 5~10년 뒤에나 성과가 나올 사업에 사내유보금을 헐어 투자하기도 어렵고 설령 투자에 나섰다 하더라도 당장의 실적악화가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는 탓이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10조5,500억원을 들여 사들인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 투자도 장기적인 안목이 없다면 애초에 불가능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정 회장 특유의 묵직한 카리스마가 결국 과감한 베팅의 원동력"이라며 "이번 투자를 '사회환원의 일환으로 보라'고 한 당시 발언도 오너이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평택 반도체 공장에 15조6,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삼성전자의 경영 선택 배경에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결심이 있었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인텔이나 TSMC 같은 반도체 경쟁사들이 투자를 줄일 때 내린 선택이어서 이 부회장의 뚝심이 더욱 빛을 발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위기일 때 투자해 초일류 격차를 벌인다는 게 삼성의 투자철칙"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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