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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범 발자국의 시그널

얼마 전에 표범의 것으로 보이는 동물의 발자국이 강원도 인제군에서 발견되어 진흙바닥 위에 선명하게 찍혀있는 모양이 주요 뉴스화면을 장식했다. 공식적으로는 1963년 이후 발견되지 않는 표범이 40년 만에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니 분명히 뉴스거리다. 백두산 호랑이가 이 나라의 어느 산골짜기에 살고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국민들이기에 표범 발자국 흔적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은 소망 이상의 기대를 갖게 하였다. 조선왕조실록에 보면 호랑이가 한양의 도성 안에까지 출몰하여 주민들에게 피해를 입혔다고 했는데, 100년 사이에 온 백성이 '호랑이 님'을 그리워하게 되었다. 그 흔했던 늑대와 여우까지 볼 수 없게 생태계가 황폐해진 것이다. 일제가 식민통치 기간 중에 소위 유해조수 구제사업이라는 미명하에 호랑이ㆍ표범ㆍ늑대 등 큰 산짐승들을 계획적으로 포획해갔던 영향이 아닌가 생각된다. 민족사에 부끄러운 상흔을 남긴 6ㆍ25 동란 중 한반도가 초토화 되면서 그나마 남아있는 야생 동물들의 보금자리가 사라졌다. 60년대 이후 계속된 도시화ㆍ산업화와 국토개발 또한 이 땅의 야생동물세계에 멸종의 고통을 가중해왔다. 우리나라의 야생동식물 가운데 호랑이ㆍ반달가슴곰ㆍ산양을 포함 194종이 멸종 위기종으로 분류되고 있음은 그 결과다. 이제는 그 흔하던 참새와 제비조차 우리 주변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으니 앞으로 생물다양성 문제에 대한 우려를 금할 길 없다. 온 국민이 더 늦기 전에 이 나라를 명실상부한 '인간과 자연의 생명공동체'로 복원해내야 한다. 모두가 자연을 자연답게 해주는 것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길임을 똑똑히 알아야 하겠다. 환경부가 지리산에 새끼곰을 방사하여 야생생태계에 적응하도록 관리ㆍ유도하는 것은 야생동물의 보전ㆍ복원을 지향한 정책적 의지의 표현이다. 개체수가 50마리 이상 되어야 자체 생존이 가능하다니 앞으로 인내와 열정을 갖고 곰 증식사업을 해나갈 계획이거니와 국민의 이해와 협력이 반드시 뒤따라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겨울부터는 몸보신이나 돈벌이 때문에 야생동물을 불법으로 잡는 사람이 없어야 하겠다. 올무나 약물에 당해 한없는 원망(怨望)을 내뿜으며 죽어간 동물들을 먹고 복 받을 인간은 아무도 없다. 전국적으로 야생동물의 분포상황을 조사하여 적정밀도로 조정할 필요 있는 곳에 일정기간 수렵이 허용되므로 사냥꾼이 되고픈 사람들은 이러한 제도를 활용하면 된다. 표범 발자국은 우리에게 희망의 빛이며 생물다양성 회복을 통한 국토품질 격상노력에 가속을 요하는 시그널이다. /이만의<환경부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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