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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日 바둑영웅전] 현혹수, 또는 꼼수

제7보(101~122)


흑3에 백은 단수로 몰린 이곳을 이을 수가 없다. 다음 순간 흑이 4의 자리에 이어 버리면 백대마 가 모조리 죽기 때문이다. 할수없이 4로 두었고 백 5점은 우수수 떨어져 버렸다. 동시에 갇혔던 오른쪽 흑대마는 자유의 몸이 되었다. 원래는 완벽히 절명했던 조훈현의 흑대마가 도리어 백돌 5점을 잡고 살아났을 뿐만 아니라 흑은 필패의 형세에서 필승의 형세로 신분이 바뀐 것이다. 목진석은 승부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두어나갔다. 형세가 절망적이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대로 돌을 던지기에는 아직 빈터가 너무도 많았고 대선배인 조훈현9단에 대한 예절상으 로도 던질 수가 없었다. 던지면 울화통을 터뜨리는 것으로 보일 염려가 있었으니까. 다시 묘수의 얘기로 돌아간다. 제대로 응수하기만 했더라면 묘수가 아니고 떡수였다고 앞에서 말 했는데…. 그렇다면 무어란 말인가. 조훈현이 사기를 쳤다는 얘기가 아닌가. 이렇게 반문할 애기 가가 혹시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사기는 좀 이상한 표현이고 일종의 현혹수, 또는 꼼수였던 것은 사실이다. 바둑 승부에서 현혹수는 지탄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권투에서 페인트 모션이 지탄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과 똑같은 이치. 현혹에 넘어가는 쪽이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 내용상의 현혹은 도리어 특 기로 찬양받는다. 사기와는 거리가 멀다. 조훈현은 잘못한 게 없다. 진짜 사기는 이를테면 계가할 때 상대방 모르게 돌 한 개를 슬쩍 더 올려놓는다든지 하는 행위일 것이다. 실제로 프로기사가 그런 짓을 했다가 영 구 제명된 일도 있기는 있다. 1964년 김모 초단의 경우였다. (5…1. 18…7의 아래)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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