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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

단순 해외지점 설치 넘어 민간차원 '금융외교' 펼칠 것



해외서 한국기업과 거래하는 것만으론 성장 기약할 수 없어

KOICA와 손잡고 농업원조·협동조합 관련 동남아시장 공략

중국 신시왕그룹 이어 화롄그룹과도 농축산물 수출 협의 중

신도시중심 점포 20~30곳 늘려 수도권 비중 50%까지 확대


"조만간 미얀마 정부 관계자와 만나 댐 건설 지원에 대해 협의할 예정입니다. 이렇게 해외 금융당국과 인프라 투자를 논의한 후 농협금융이 금융 부문에서 협력할 점을 찾으려고 합니다." 김용환(사진)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19일 "해외진출을 얘기할 때 단순히 지점이 해외로 나가는 것을 넘어 민간 차원의 '금융외교'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차별화된 해외진출 전략을 강조했다. 해외에서 한국 기업과의 거래만 이어가는 해외진출은 성장을 기약할 수 없는 만큼 금융외교 없이는 금융의 해외진출이 성공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김 회장은 "기존에는 기업이 해외로 나가고 금융이 뒤따라가기만 해도 충분히 영업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금융사가 각 진출국의 금융당국과 협력하는 인프라 투자 참여 없이 승부를 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농협금융은 금융외교를 위해 먼저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손을 잡았고 농업 원조, 협동조합과 관련해 인도네시아·미얀마 등 동남아 시장을 공략한다. 나아가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통한 농업 공적개발원조, 농어촌공사와의 협력도 구상하고 있다. 김 회장은 "해외진출 후발주자인 농협금융은 남들과 같은 사무소·지점·법인과 같은 형태의 해외진출 전략으로는 역부족"이라며 "해외진출 추진 시 농협 경제 부문과 협업을 통한 범농협 동반 진출, 국내 정책기관과의 협력사업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금융은 특히 올해를 해외진출의 원년으로 삼았다. 현재 농협금융의 해외진출 현황은 농협은행의 뉴욕지점과 베이징·하노이사무소, NH투자증권의 뉴욕·베이징 등 현지법인 6개와 상하이사무소 1개가 전부다. 금융지주로서는 초라한 성적표다. 하지만 남들과 다른 방식의 해외진출로 승산이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농협·축협 등을 거느린 농협경제는 든든한 우군이다. 해외진출에서 경제 부문과의 공조는 가시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 농협은 지난 1월 중국 신시왕그룹과 협력해 농협 우유를 수출하고 있다. 최근에는 신시왕그룹에 이어 중국 화롄그룹과도 농축산물 수출을 협의하고 있다. 농협이 잘하는 농축산물을 바탕으로 해외진출 접점을 넓혀 금융이 파고들 공략 포인트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김 회장은 계열인 NH농협은행과 NH농협증권·NH농협생명 최고경영자(CEO)로 구성된 글로벌 투자 전략협의체도 만들었다. 농협금융만의 새로운 패키지 진출 모델을 구상해 승부수를 던진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농협금융은 해외진출뿐 아니라 국내 점포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중앙회 산하 상호금융 점포까지 합치면 5,000여곳, 휴전선 아래 강화도부터 해남 땅끝마을까지 전국 방방곡곡의 점포는 농협금융의 힘이지만 동시에 효율성 측면에서는 부담이기도 하다.

김 회장은 "서울·경기 지역 등 자산이 많은 곳의 점포는 단계적으로 20~30곳으로 늘리고 수익성이 낮은 지방 점포는 줄일 계획"이라며 "농협금융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도권 점포 비중을 50% 수준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의 수도권 점포 비중은 약 70% 수준이지만 농협은행은 40%에 불과하다.

다만 입지선정이 관건이다. 그는 "지방은행까지 수도권 점포 진출에 가세한 상황에서 입지에 신경을 쓰고 있다"면서 "농협중앙회와 조합을 고려해 중복점포가 생기지 않도록 운영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최근 다른 금융그룹을 뒤쫓기에 바빴던 농협금융이 금융시장을 주도하는 모습도 보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복합점포가 좋은 예다. 금융권 최초로 농협금융은 1월 신복합점포인 '광화문 NH농협금융 플러스센터'의 문을 연 데 이어 여의도·삼성역·분당을 오픈했으며 하반기에는 부산에 복합점포를 열 계획이다.

김 회장은 "농협금융은 우리투자증권 인수로 증권 부문이 탄탄해졌기 때문에 복합점포는 적합한 모형"이라며 "해외 복합점포 역시 향후 국가별 진출여건과 규제사항 등을 종합,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 시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홍콩·런던 등이 후보지로 거론된다.

실제 복합점포 운영으로 올 6월 말 기준 복합점포의 자산 1억원 이상 고객 수가 5,331명에서 7,101명으로 1,770명 증가했다. 이들 점포의 총 자산규모 역시 올 1월 26조504억원에서 6월 34조2,596억원으로 8조원 이상 늘었다.

김 회장은 이 밖에 농협금융 계열사 간 협력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김 회장은 "에셋글로벌증권통장, 올셋펀드, 범농협 카드인 올원카드는 계열사 간 시너지 3종 세트"라며 "이제는 저축은행 부문까지 연계영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존에는 은행에서 캐피탈과 저축은행에 대한 단순 소개 형식에 그쳤다면 이제는 은행 창구에서 캐피탈 등의 서류접수와 금리·한도조회까지 대행하는 연계영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금융의 대표적인 투자상품이 된 올셋펀드는 출시 3개월 만에 총 수탁액 6,773억원을 기록했다. 금융과 유통이 손잡은 올원카드는 5월 출시 이후 32만계좌를 돌파할 만큼 인기가 높다. 10일 출시한 에셋글로벌증권통장 역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농협금융은 올해 수익성과 건전성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계획이다. 농협금융은 자산 규모로는 3대 금융지주로 우뚝 섰지만 수익성 면에서 아직 취약한 모습이었다. 지난해 우리투자증권 염가매수차액이 발생했음에도 누적 당기순이익이 7,685억원으로 타 금융지주 대비 절반 정도에 그쳤다.

"5월 자회사별로 여신 경쟁력 현황 분석을 마쳤습니다. 은행은 여신심사 전문인력 양성을 통해 심사역량을 높였고 비은행 자회사 역시 은행 수준으로 기업신용평가 시스템을 강화해 올해부터는 가시적인 실적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실제 농협금융의 주력 자회사인 농협은행의 상반기 순이익은 3,2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0%(1,799억원) 증가했다. 방카슈랑스 수수료도 올 상반기에만 489억원이 걷혀 은행권 1위를 기록했다.







He is…

△1952년 충남 보령 △서울고 △성균관대 경제학과 △1980년 행정고시 23회 합격 △밴더빌트대 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2004년 금융감독위원회 공보관 △2005년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2국 국장 △2007년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2008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2011년 한국수출입은행 은행장 △2015년 NH농협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







직원들과 카톡·문자로 소통… "경직된 농협금융 문화에 생동감"

김 회장의 '효율 경영'

"이 과장님, 저는 김용환입니다. 아이디어 잘 검토했습니다. 이런 부분을 조금 더 강화해보면 어떨까 합니다."

농협금융지주 직원들은 요즘 이런 전화를 가끔 받는다. 다름 아닌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직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의견을 나누는 것이다. 김 회장은 취임 이후 보고와 회의 형식을 모두 바꿨다. 회의는 1시간 이내, 보고서도 1장 이내로 줄이고 회의 결과는 1일 이내로 공유하는 것이 원칙이다. 불필요한 이동시간 등을 줄이기 위해 화상회의 시스템도 구축해 시범운영하고 있다.

김 회장은 직원들에게 필요하면 회장에게 전화나 문자도 꺼리지 말라고 강조한다. 김 회장은 "보고서 어휘 문구, 형식을 맞추느라 직원들이 전전긍긍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정책이 아닌 사업구상을 하는 곳인데 보고형식에 얽매이다 보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소통방식의 변화는 그가 중요시하는 경영원칙 중 하나가 효율성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농협금융이 효율성까지 장착하면 못할 것이 없다는 게 그의 믿음이다.

으레 멀게만 느껴졌던 지주 회장의 전화에 처음에는 오히려 직원들이 당황스럽다는 반응이었다. 김 회장은 "직원들에게 한밤중이라도 보고할 것이 생기면 문자도 서슴지 말라고 했지만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 아무도 보내는 사람이 없었다"며 "이제는 문자, 심지어 카카오톡으로도 직원들의 연락이 와 기분이 좋다"고 전했다.

김 회장의 이 같은 '형식 파괴'와 '신속한 보고체계'는 수출입은행장 시절 체득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그는 직원들이 간부회의를 위한 유인물을 만들고 일회성 자료를 준비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필요한 임원들을 불러 차 한 잔을 하면서 이야기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 간부회의를 티타임으로 대체한 바 있다.

김 회장은 경직돼 있는 농협금융 문화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것이 목표다. 농협금융은 내부 전산망인 '아리오피스'에 회장과의 대화방을 만들었다. 직원들은 누구나 이 공간에 들어가 익명으로 회장에게 하고 싶은 말을 직접 남길 수 있다. 김 회장은 틈틈이 직원들이 남긴 말을 확인한다. 김 회장은 농협금융 직원 차·과장 직급별로 7~8명씩 팀을 짜 모든 직원들과 함께 식사를 했고 지난달 농협은행 가락시장지점과 서울영업본부 방문을 시작으로 영업현장을 찾아가고 있다. 매월 2회 이상 영업현장 직원들과 마주할 계획이다.

김 회장이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구호는 '올 포 원(All 4 one)'이다. 농협금융의 4대 금융 나침반으로 정한 '스피드·소통·현장·신뢰'를 삼총사에 나오는 'All for One'에 빗대 만든 것이다. 김 회장은 "농협금융 직원들이 한 사람은 만인을 위해, 만인은 한 사람을 위한다는 '올 포 원' 정신을 무장하면 농협은 못할 것이 없다"면서 "직원들이 능동적으로 변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보리기자



대담=박태준

사진=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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