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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고 재건의 경제적효과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유고대통령에 의해 저질러진 알바니아계 인종청소 역시 문명화한 역사단계에서 믿을 수 없는 일로 여겨지고 있다. 이번 유고 공습에서 역사학자들은 적어도 하나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압도적인 항공력은 어느 나라든지 굴복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다.내가 이 글을 쓰고 있을 때 코소보 재건이 중요한 공공사업 프로그램으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만약 세르비아 국민들이 밀로셰비치를 몰아내기만 한다면 국제사회는 다뉴브 강변의 주요 시설인 교량·도로·발전소·병원들을 재건하는데 협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코소보 재건이 한국과 다른 신흥시장에 어떤 파급 효과를 미칠까. 거시경제학자들은 이같은 대규모 인프라 구축이 발칸반도 인근 유럽국가에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 역시 고베 대지진 이후 유사한 경제적 파장을 경험한 바 있다. 심지어 국내총생산(GDP)과 생산지수도 이같은 경제적 대변동의 영향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잘 운영되고 있는 세계 경제체제 내에서는 대규모 재건 붐은 경제를 일으키고 물가도 어느 정도로 상승시킨다. 이같은 물가상승은 한국은행이나 프랑스 재무부의 시의적절한 인플레 억제정책으로 피해를 막을 수 있다. 불황이 극심했던 1998년이나 부동산·주식 버블이 터졌던 80년대의 한국처럼 불황 경제에서는 긴급 재정지출의 효과가 덜 유해하다. 발칸반도 인접 국가로 불경기에 허덕이던 이탈리아와 독일은 발칸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에서 유발될 수출 증대효과를 볼 전망이다. 이같은 경제적 자극중 일부는 앞으로 6개월간 한국에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우리는 앞으로 있을 경기부양의 양적 규모를 과장해서는 안된다. 세계의 총 생산규모는 수조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코소보 경제는 한국의 일부분 정도에 지나지 않으며 국제사회로부터 받을 원조도 잘해야 수백억달러 정도일 것이다. 물론 한국과 세계의 번영을 위해 주기적으로 전쟁이나 지진같은 자연재해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적절한 경제정책이 유럽과 아시아 경제를 회복세로 돌아서게 만들면 가격 디플레의 악순환은 끊어질 것이다. 약간의 운만 있다면 성취된 성공은 더 나은 성공을 낳을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성공은 자유방임적 시장시스템이 완벽한 자기 조정능력을 가지기 전까지는 오기 어렵다. 항상 중앙은행의 확고한 신용정책과 건전한 재정정책이 요구된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들이 국민소득의 변화와 완전고용을 원활하게 유지해 나갈지는 알 수 없다. 19세기의 사상가인 카를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자체 특성상 불안정할 수 밖에 없으며 결국에는 소멸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자본주의 핵심부인 런던이나 뉴욕에서 자본주의는 소멸되지 않았다. 1917년에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일어난 일은 러시아 차르가 독일의 카이저와 전쟁에서 본 막대한 인적 손실이었다. 볼셰비키 혁명론자인 레닌은 소수를 위한 권력을 유지했으며 스탈린도 강압으로 일당 독재를 유지했다. 시장시스템을 폐기하자는 공약은 결국 실패로 끝났다. 이같은 실패는 마오쩌둥의 중국이나 카스트로의 쿠바, 알바니아, 북한에서도 목도되고 있다. 한국과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비교나, 동독의 저성장과 서독의 고성장 비교는 경제적 법칙을 탐구하는 과학적 실험이 될 수 있다. 식민지에서 벗어난 아프리카 대륙이 식민지에서 벗어난 후 보여준 실패 역시 어느 정도까지는 중앙집권화의 영향을 배제한 시장의 합리성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증명해 준다. 2차대전후 반세기 동안 혼합경제는 극단적 사회주의와 극단적 자유주의 사이에 황금의 중용(中庸)이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러한 황금의 중용이 어디에서 실패하고 성공할지를 정의 내리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세기에 해야 할 급선무다. 비록 한국의 경제회복이 새로운 세기까지 지속되더라도 아직까지는 금융시스템과 재벌의 독과점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이 별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알아야 한다. 운좋게도 경제회복은 꾸준한 개혁없이도 가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비가 새는 지붕에 사는 농부의 우화를 기억해야만 한다. 비가 오는 날엔 농부는 지붕을 고칠 수 없다. 햇볕이 내리쬘 때 무엇때문에 지붕 걱정을 하겠는가.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날씨가 어떻든지 구조개혁의 진전은 주요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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