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700억달러 넘을까=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 국제수지'에 따르면 지난달 경상수지 흑자는 95억1,000만달러로 지난 5월(86억4,000만달러) 이후 5개월 만에 다시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증가폭도 컸다.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9월(65억4,000만달러)과 비교하면 45.4%, 지난해 10월(63억5,000만달러)과 비교하면 49.8%나 급증했다.
이로써 올 들어 10개월간 경상수지 누적흑자 규모는 582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한은이 10월 전망했던 올해 예상 흑자규모는 630만달러,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내놓은 전망치는 690억달러다.
내용을 보면 상품수지가 70억3,000만달러로 9월(56억7,000만달러)보다 크게 확대됐다. 수출이 522억3,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8.2% 늘고 수입은 452억달러로 5.6% 증가했다. 정준 한은 경제통계국 부국장은 "선진국의 경기호조로 수출이 늘었다"며 "수입도 자본재와 소비재가 각각 기계ㆍ승용차를 중심으로 많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서비스수지도 개선됐다. 건설ㆍ사업서비스수지 개선으로 16억5,000만달러 확대돼 전월(8억7,000만달러)의 두 배에 육박했다. 여행수지 적자가 5억4,000만달러에서 3억3,000만달러로 줄고 국내기업이 대외 직접투자를 늘리면서 사업서비스수지 적자폭도 축소됐다.
본원소득수지 흑자는 배당지급이 줄면서 7억9,000만달러로 전월(3억2,000만달러)보다 두 배 이상 늘었고 이전소득수지는 3억2,000만달러 적자에서 5,000만달러 흑자로 전환했다.
◇통상압력 높일 '빌미' 되나=경제 전문가들도 10월 경상수지 성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특히 상품수입 증가율이 뚜렷한 플러스로 전환된 것은 '불황형 흑자'를 벗어났다는 뜻인 만큼 고무적인 소식이고 상반기만 해도 일시적일 것으로 봤던 서비스수지 흑자가 추세적으로 이어진 것 역시 반갑다는 평가다.
하지만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는 다른 나라들로부터 반감을 살 수 있다는 측면에서 우려 또한 만만치 않다. 과거 국내총생산(GDP)의 2~3% 수준이던 경상수지 규모가 5%를 훌쩍 넘기게 되면서 통상압력이 높아질 빌미를 제공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민간연구소의 한 연구위원은 "너무 크게 흑자가 나면 외부에서 주목을 받게 되고 이는 통상압력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다"며 "인위적 환율관리에 따른 흑자규모를 줄이라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높아지면 국제협력에도 불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상수지 흑자 기록행진이 우리 경제의 불균형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측면에서도 불편하다. 정 부국장은 경상흑자가 투자부진 때문이라는 지적에 대해 "경제이론에 따르면 국내투자가 부족한 만큼 경상수지 흑자가 늘어난다"며 "정확히 계산할 수는 없지만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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