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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협상 결렬' 거센 후폭풍

■ 반도체가격 곤두박질마이크론 '재고물량 쏟아내기' 도화선 D램 값의 급락은 공급업체들의 '심리적 카르텔'이 붕괴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특히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재고물량을 쏟아낸 게 직격탄이었다. 뒤이어 하이닉스반도체와의 매각협상 결렬은 현물시장에 거센 후폭풍으로 작용하고 있다. ■ 현물시장, 패닉 현상까지 지난해 12월 이후 상승으로 전환한 D램 가격은 올 3월 현물시장에서 주력 제품인 128메가 D램을 기준으로 개당 4.3달러 수준까지 폭등했다. IBM 등 장기 공급선에 대한 고정거래가격은 한때 5달러 이상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상승곡선은 지난달 중순을 고비로 꺾이기 시작했다. 가격이 오름세를 지속하자 D램 제조업체들이 생산량을 늘렸기 때문이다. 그나마 삼성전자 등 메이저 업체들이 '심리적 카르텔'을 형성하면서 가격을 받쳤다. 하이닉스가 매각되면 D램업체들의 구조조정이 뒤따를 것이란 기대도 작용했다. 이런 기조는 지난 3월 말을 고비로 꺾였다. 가격 하락은 현물시장이 주도했다. 현물시장에서 128메가 D램은 3월 하순 4달러선 아래로 떨어지더니 지난달 말에는 3달러 밑으로 곤두박질쳤다. 당연히 고정거래가도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5달러를 웃돌았던 128메가 D램의 고정거래가는 지난달 중순 4.5달러 수준까지 떨어지더니 지난달 말 협상에서는 4달러 수준까지 10% 이상 내려섰다. 전자상거래를 통해 D램을 중개하는 D램익스체인지의 공식통계로는 현물가격이 아직 2.8달러를 기록 중이지만 일부에서는 2.2달러까지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의 '패닉'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 공급업체들의 카르텔 붕괴 D램 가격 추락의 핵심요인은 올들어 지속돼온 공급업체들의 '가격 카르텔'이 깨졌기 때문이다. D램시장의 가격결정권은 올들어 줄곧 삼성전자 등 공급업자들이 갖고 있었다. 삼성전자-마이크론-하이닉스로 대표되는 '빅3'가 암묵적으로 동조, 가격 상승을 이끌어왔다. 그러나 지난달 말부터 급변했다. 최석포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마이크론이 재고물량을 북미 현물시장에 3달러 미만으로 쏟아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공급자간 카르텔은 붕괴되기 시작했고 가격결정권은 6개월 만에 델과 컴팩 등 수요업자로 넘어갔다. 특히 컴팩 등 일부 업체들의 경우 다수의 D램 제조업체들을 상대로 공개입찰 방식의 가격 네고를 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지난달 30일 하이닉스의 매각협상 결렬은 가격 하락을 부채질하는 결정타였다. 수요업자들이 D램시장 구조조정에 따른 부담을 덜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동제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PC업체들이 구매량을 늘리지 않는데다 협상 결렬로 중간업체들이 물량을 대거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 삼성전자 등 수익악화 불가피 D램 값의 급속한 하락은 IT업체들에 벌써부터 불안감을 드리우고 있다. 최 애널리스트는 "D램 값 하락속도가 빨라지고 세계 IT경기의 불확실성도 여전해 삼성전자의 연간 최대 순익을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8조원 규모의 사상 최대 순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었다. 물론 지난해처럼 최악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아직은 강하다. 우 애널리스트는 "최근 가격 하락은 128메가 D램 중심으로 발생했다"며 "256메가 D램의 생산비중이 높은 삼성전자의 판매가격은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한 고위관계자도 "2ㆍ4분기 순익은 다소 차질이 있겠지만 이익구조가 'D램-LCD- 핸드폰' 등 트라이앵글 체제로 이뤄져 최고 목표를 달성하는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 '폭등 장세'는 없다 D램 값은 적어도 오는 5월, 늦으면 6월까지 하락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최 애널리스트는 "하이닉스도 재고축소 차원에서 매출 쏟아내기에 나설 수밖에 없어 협상 실패의 충격파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IT경기가 불확실해 D램 가격은 계속 떨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에 따라 D램 가격은 최소 6월 초까지는 고정거래가 기준으로 현재 4달러에서 3달러 중반까지, 현물거래가는 2달러대로 속락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업체 재고물량이 2~4주에서 3~5주로 늘어난데다 D램시장이 5% 안팎의 공급과잉 상태에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에도 급격하게 반등하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김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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