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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중기인의 쓸쓸한 죽음

잘나가던 기업 키코 때문에… 한때 '1000만弗 수출탑'<br>임종목 前 BMC어패럴 대표 외환銀의 잘못된 권유 인해<br>손실금액 눈덩이로 불어나 결국 폐업… 종갓집도 넘어가

통화옵션상품 키코(KIKO) 사태로 사업을 접은 한 중소기업인이 재기를 꿈꾸다 끝내 뜻을 펴지 못한채 이승을 등져 중소업계는 물론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6일 키코 공동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임종목 전 BMC어패럴 대표는 심장 대동맥 파열 증세로 병원에 입원해 수술을 받았으나 설 연휴 첫 날인 지난달 21일 결국 숨을 거뒀다. BMC어패럴은 외국 유명 아웃도어 의류를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생산해 미국 43개 대학에 유니폼을 납품하던 회사다.

500만달러 수출탑, 1,000만달러 수출탑 등을 받을 정도로 승승장구하던 이 회사에 위기가 온 것은 2007년말 1년 약정으로 30만달러(계약 당시 2억8,000만원) 상당의 키코 상품에 가입하면서부터다. 계약 당시 930원을 오르내리던 환율은 2008년 5월 1,000원, 10월 1,400원을 돌파하는 등 무섭게 뛰었다. 이에 따라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 원금의 5배인 15억원까지 늘어났다.

임 전 대표의 유족들은 "처음에는 가입할 마음이 없었으나 은행 측의 끈질긴 권유로 (키코에) 가입했다"며 "손실 발생 가능성에 대한 설명도 없었고, 위험성을 알았다면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2008년 9월 은행이 대출만기연장을 거절하자 회사는 급격히 기울어갔다. 결국 고인은 자금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2010년 초 폐업신고를 했다. 7대째 지키며 살아왔던 종갓집도 법원 경매로 넘어갔다.

임 대표는 키코 가입으로 인한 억울함을 풀기 위해 은행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010년 11월 불완전판매에 대한 일부 책임을 인정해 은행에 피해금액의 30%를 보상하라는 법원의 판결도 받았다. 하지만 그는 눈 감는 날까지도 피해보상액을 단 한푼도 받지 못했다.



공대위 관계자는 "벌써 2년 전 판결을 받았지만 은행이 고등법원에 항소를 한데다 1년 넘게 재판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진행이 되더라도 올해 말이나 확정 판결이 나는 데다가 대법원까지 가게 될 경우 언제 유족들이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부활을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그의 발목을 잡은 건 건강이었다. 지난해 말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진 후 중환자실과 수술실을 오가며 치료를 받다 쓸쓸히 눈을 감았다. 유족들은 "사업 실패와 종갓집 경매 등 악재가 겹치면서 고인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결국 키코가 간접적 원인을 제공한 것"이라며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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