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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 도미노” 공포 확산/한보 부도 1주
입력1997-01-30 00:00:00
수정
1997.01.30 00:00:00
박민수 기자
◎중소기업/직간접 관련 중기 3,500여개/신고액만도 3,000억원 육박한보그룹의 부도파문이 중소기업들에 엄청난 피해를 안겨주고 있다.
대기업, 중견기업들의 부도가 발생할 때마다 가슴을 졸여야했던 중소기업들은 특히 이번 한보사태가 유원, 우성건설등 최근 몇 년간 발생했던 부도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사상최대 규모라는 점에서 크게 우려하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청과 각 중소기업 협동조합에는 연일 피해를 호소하는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지난 24일부터 중소기업청 금속공업과에 설치된 한보철강관련 애로신고센터에 접수된 피해상황을 집계해보면 지난 29일 현재 2백5개업체가 2천8백90억원의 거래대금을 회수하지 못할 위기에 놓인 것으로 파악됐다.
업종별로는 설비업체의 피해우려금액이 1천4억원(39개사)으로 가장 컸다. 또 건설업체들도 40개사가 8백69억원의 피해를 입을 위기에 놓여 있으며 내화물등 원부자재를 공급하는 중소기업 48개사도 6백73억원의 자금을 떼일 우려가 있다고 신고했다. 이외에도 기계, 전기전자, 운송, 유통, 용역등 한보철강과 (주)한보, 한보에너지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거의 모두가 직간접적인 피해를 호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기청은 29일에도 피해신고가 줄을 잇고 있는데다 당진제철소의 가동중단이 코앞에 다가와 중소 협력업체들의 피해규모는 5천억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기청은 한보철강과 직접 도급관계를 맺고 있는 하청업체 중 설비제조업체는 6백여개, 고철 내화벽돌등을 공급하는 원부자재 납품업체는 약 1백50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들 하청업체들이 2, 3차로 재하청을 주는 업체를 합칠 경우 한보철강과 직간접적인 거래를 하고 있는 협력업체는 3천5백여개를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중소레미콘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건설경기 위축에다 시멘트값 인상으로 가뜩이나 힘든 마당에 한보사태가 터져 살길이 막막하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지난 25일부터 28일까지 레미콘공업협동조합에 신고된 피해액만 97억6천7백만원(37개사)에 달한다. 피해를 신고한 37개사들은 한보계열사로부터 납품대금으로 받은 어음(진성어음) 79억6천2백만원어치를 갖고 있으며 18억5백만원을 결제받지 못했다고 호소했다.<박동석>
◎건설업계/하도급사 5,000억 물려 초비상/철근생산 중단땐 공급난 우려
건설업계는 또 다시 연쇄부도사태가 날 가능성이 예상되고 있어 잔뜩 긴장하고 있다.
지난해 초대형 건설업체의 잇단 부도로 자금줄이 끊기면서 연쇄부도 사태로 홍역을 치른 건설업계는 지난해의 어려움이 계속 이어지지나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특히 한보건설은 대부분 (주)한보가 보증을 선 관계로 한보가 이른 시일내에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부도처리는 시간문제라는 위기감에 싸여있다. 이에따라 한보와 한보건설이 시공하는 공사중 공동도급관계에 있는 업체와 하도급관계에 있는 전문업체, 설비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한보와 한보건설이 시공하는 1백71건의 공사에 물려있는 하도급업체는 29일 현재 전문업체가 4백여건에 4천억원, 설비공사는 30여건에 1천억원 정도로 잠정 집계되고 있으나 만약 부도가 확산될 경우 연쇄부도로 이어질 우려도 안고 있다.
그러나 한보와 관련된 하도급업체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중 일부 업체는 「한보에 물려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자재공급이 끊기고 금융기관이나 사채시장에서 어음할인을 꺼리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설비공사협회 이재희 이사는 『자금사정 악화로 가뜩이나 어려운 중소건설사들이 한보파동으로 더욱 목이 졸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한편 건설업계는 철근파동도 우려하고 있다. 국내 철근공급의 20%를 차지하는 한보철강 부도로 철근생산이 중단될 처지에 놓이자 대형 건설공사가 없는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건설사들이 철근수급에 차질이 있을 것으로 예상, 물량확보에 나섰다. 특히 조달청은 지난해 한보철강으로부터 40만톤을 구매키로 계약, 이중 30만톤은 이미 구매했으나 남은 10만톤은 3월까지 공급받을 계획이었으나 원활한 수급은 기대할 수 없는 처지라고 밝혔다.<유찬희>
◎광고업계/제일·금강 등 미수금 30억 달해/물량감소 등 시장변화에도 촉각
한보부도 사태의 불똥은 얼핏 관계가 멀 것으로 보이는 광고업계에도 튀고 있다.
한보그룹의 이미지광고 및 상아제약 등 한보그룹 계열사 광고를 대행했던 대행사들이 광고대금을 받지 못하면서 피해가 우려되고 있는 것. 광고대행사들은 특히 이번 사태는 국내 굴지의 재벌그룹마저 믿을 수 없다는 「최악의 상황」을 초래한 것이라며 앞으로 어떤 기업을 광고주로 영입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더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보그룹의 광고를 대행해온 업체는 제일기획, 금강기획, 웰컴 등이다. 이들이 한보로부터 받아야할 미수금은 30억원 가량. 업체별로는 금강이 12억원, 제일과 웰컴이 17억∼18억원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3백억원 상당의 광고를 집행해야 광고회사가 받을 수 있는 금액이다. 광고회사들은 매체사에 광고주에 대한 지급보증을 해주고 광고비가 집행된 후 10%의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이번 한보의 부도로 인한 광고비 미수금 30억원을 고스란히 매체사에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관련 대행사들은 사태수습을 위한 대책마련에 분주히 움직이면서 혹시 이번 사태가 한보 납품업체등 다른 광고주들에게까지 파급 영향이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며 사태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믿었던 국내 재벌그룹까지 부도가 나는 마당에 믿을만한 광고주가 어디 있겠느냐』며 『이번 사태로 인해 광고비 손해도 문제지만 이것이 가뜩이나 어려운 광고시장에 악영향을 미치지나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광고업계에서 광고주 부도에 따른 피해는 그리 드문 경우가 아닌데 최근 MBC애드컴은 중소기업 신발브랜드 「귀족」의 부도로 13억원의 미수금을 받지 못하기도 했다.<고진갑>
◎충남경제/결제 완전중단 협력사 애간장/유흥·숙박업소들엔 찬바람만
한보부도 태풍으로 대전·충남권 지역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한보철강 당진제철소는 주원료인 고철의 재고물량부족과 가스공급중단, 생산기술인력의 이탈로 조업중단 상태에 처했으며 당진제철소와 거래했던 소규모 협력업체들도 연쇄부도 사태를 맞고 있다. 현재 2백여개에 달하는 당진제철소 충남지역 협력업체들은 한달에 1백억원에 이르던 대금결제가 뚝 끊겨버리자 애를 태우고 있다.
지난 24일부터 고철운송대금을 달라며 한보철강주변에 차량으로 바리케이드를 치고 철야농성을 벌여온 당진 인천지역 17개 운송업자 1백여명은 29일 밀린 운송요금 대신 철근과 핫코일을 달라고 요구하며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이와함께 한보철강 B지구공장 건설에 참여하고 있는 7천5백여명의 일용직 건설기술인력도 노임을 받지 못하자 속속 작업장을 빠져 나가 지금은 몇명이 남았는지 파악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당진제철소가 들어선 후 서울의 강남을 방불케할 정도로 흥청거리던 당진읍내 유흥업소와 숙박업소들도 예년 같으면 설대목을 앞두고 한창 들떠 있을 상황이지만 한보부도의 여파로 맥이 빠진 분위기다.
충남도에 따르면 29일 현재까지 한보부도로 인한 이 지역업체의 물품 및 용역대금 전기세등의 피해액은 1천여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사채업자의 어음할인과 거래사실을 밝히기 어려운 재하청업체들의 피해도 큰 것으로 알려져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규모는 늘어날 전망이다.
이처럼 지역경제가 심한 홍역을 치름에 따라 충남도와 당진군은 연일 유관기관대책회의를 갖고 한보부도로 피해를 본 지역업체를 조사하는 한편 영세업자에 대한 지원을 중앙정부에 강력히 건의키로 했다.<박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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