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들의 바둑은 거의 미세한 승부가 된다. 고수들의 대마도 곧잘 죽지만 그것은 미세하게 진다고 판단한 쪽에서 과감한 승부수로 나가다가 사고가 나는 경우일 뿐이다. 대개의 경우에 고수들의 바둑은 한두 집이나 서너 집의 차이로 판가름이 난다. 뤄시허가 흑1로 막은 시점에서 형세를 살펴보면 흑이 반면으로 9집 정도 앞서 있다. 덤을 제하고 2집반을 이기는 것이다. 백6은 깊은 수읽기와 노림을 간직한 수순이다. 얼핏 보기에는 참고도1의 백1을 먼저 두고 3에 막는 것이 좀더 효과적인 끝내기 같지만 그게 아니다. 백1을 먼저 두어 놓으면 백3이 선수로 듣지 않는다. 손을 빼어도 교묘하게 살아 있다. 백5로 치중(흑4는 손빼었다고 가정)해도 흑6 이하 10으로 흑대마는 무사하다. 참고도2의 모양(실전보의 진행)에서는 백5, 7로 흑대마가 잡혀 버린다. 따라서 실전보 흑7의 응수는 절대. 실전보 백8이 이창호의 승부수였다. 여기서 잠깐 망설이던 뤄시허는 흑9로 참았는데 이 수가 완착이었다. 가로 삭감했으면 여전히 흑이 남는 바둑이었다. 이창호가 10, 12로 지키자 어느덧 역전이다. (2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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