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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과학기술자상] 문박사 연구세계

표면특성 연구가 좋아서 대학오라는 요청도 거절"금메달입니다. 금메달! 한국의 핸드볼 낭자들이 세계 최강 소련을 꺾고 구기종목 사상 첫 금메달을 안겨줬습니다." 서울 올림픽이 한참이던 지난 88년 9월. 온 국민이 올림픽의 흥분에 휩싸여 떠들썩할 때 문대원 박사는 지하 실험실에서 이온발생장치(가속기)를 만드느라 비오듯 쏟아지는 땀과 씨름하고 있었다. 먼발치에서 들려오는 감격적인 소식도 그의 손을 멈추게 하지는 못했다. 그날 일이 다 끝난 저녁이 돼서야 그는 한국이 여자 핸드볼에서 금메달을 땄다는 사실을 알았다. 문 박사는 연구에 빠지면 무섭게 파고든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연구가 아주 재미있거든요." 3년간 표준연구원에서 근무한 그가 4년간의 미국 유학생활을 마치고 주저하지 않고 다시 표준연구원을 찾은 것은 바로 '재미' 때문이었다. "박사학위를 받자 이곳 저곳의 대학에서 오라는 요청이 많았어요.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재료의 표면특성을 연구할 수 있는 곳은 표준연구원밖에 없었죠. 더 생각할 필요가 없었어요. 저는 표면특성을 연구하는 게 아주 재미있거든요." 그는 지금도 대학에서 오라는 얘기를 듣지만 갈 생각이 전혀 없다. 그는 재미를 혼자만 즐기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도 자연스럽게 재미를 느끼도록 해준다. 그는 어렵기만 한 과학기술을 일상생활에 빗대 아주 쉽게 설명하는 재주를 타고났다. 연구세계를 일상생활로, 일상생활을 연구세계와 하나로 엮어낸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면 그렇게 좋아해요. 제 목소리가 약간 고음인데다가 어려운 기술도 쉽게 설명해줘서 그런가봐요." 그렇지만 문 박사는 바빠서 강연에는 자주 나가지 못한다. 표면분석과 연구인연을 맺게 된 계기를 그는 '날아간 100만달러 사건'이라고 소개한다. "80년대 우리나라는 일본에서 차관을 많이 받았어요. 일본에서 엔화를 빌린 뒤 이를 다시 달러로 바꿔 장비를 사곤 했죠. 그런데 86년 갑자기 엔화의 가치가 폭등해 100만달러를 더 쓸 수 있게 됐어요. 표준연구원에서는 좋은 아이디어를 내면 그 100만달러를 지원해주겠다고 했어요. 운 좋게도 제 아이디어가 뽑혔어요. 그런데 갑자기 그 돈을 쓸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크게 실망했죠." 그러나 문 박사는 물질 표면분석에 관한 연구 아이디어를 포기할 수 없었다. 그는 과학기술부의 문을 두드렸고 3년간 3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을 수 있었다. 그 돈으로 그는 이온발생장치를 만들었다. 문 박사는 여기에 진공실(챔버)과 계측장비를 달아 '마이스(MEIS)'를 완성했고 얼마 전에는 나노 박막 제조장치까지 연결시켰다. "저는 요즘 마이스를 마이다스(MIDAS)라고 바꿔 불러요. 그러면 동료들이 재미있다고 웃어요. 앞으로 큰 돈이 될 나노기술을 제대로 연구하려면 마이스를 거쳐야 하거든요." 그의 말대로 최근 미국ㆍ일본ㆍ유럽의 선진기업과 연구소에서 새로 개발한 박막소재의 분석을 의뢰하는 일이 부쩍 잦다. "얼마 전에는 필립스에서 재료 표면분석 의뢰가 들어왔어요. 저는 민간 회사인데다 공동연구가 아니니까 돈을 받겠다고 했죠. 그랬더니 얼마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별생각 없이 100만원을 달라고 했어요. 필립스에서는 생각했던 것보다 싸다며 고맙다는 메시지와 함께 돈을 보내왔어요." 문병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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