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안병권 한은 조사국 물가연구팀장은 한국경제학회가 주최한 '금융위기 이후 경제구조 변화와 통화정책' 심포지엄에서 "최근 물가상승률이 둔화하는 것은 연달아 발생한 공급 측 충격뿐만 아니라 구조적 수요 위축 등에도 기인한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분석은 저물가의 배경으로 국제유가, 농산물 가격 급락 등 공급 요인이라고 설명한 기존 입장에서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안 팀장은 "인구 고령화, 막대한 가계부채, 노동시장 양극화, 가계·기업 간 소득 불균형 등으로 가계의 소득기반이 약화돼 소비가 제약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국내 투자유인 약화, 불확실성 증대로 기업 투자도 부진하다"며 "수요 측 물가상승 압력이 구조적으로 약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이 저물가의 원인으로 수요 부문을 일일이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외에도 한은은 "공급 측면에서는 전 세계 기업 간 경쟁이 격화하고 유통구조가 단축되면서 제품 가격이 내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 팀장은 "구조적 요인으로 2000년대 3%였던 우리 물가상승률 추세가 최근 2% 내외로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국제유가 급등락 등으로 물가 변동성도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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