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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이 자꾸 와서 우니까 미치겠어. 이런 직원들 처음 봐."
20일 이임식을 갖기에 앞서 통화를 한 윤용로 외환은행장은 눈물을 쏟았다. 전날부터 그의 사무실에는 5~6명씩 그룹을 지은 외환은행 직원들이 줄을 지어 찾아왔다. 전국 355개 지점 중 고객만족도 평가에서 늘 꼴찌를 도맡았다가 CS(고객 만족도) 평가 1위를 차지하면서 '화려한 백조'로 재탄생한 강남역 지점 직원들은 자신들을 바꿔 준 윤 행장 앞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20년 넘는 관료 생활과 두 곳의 은행장까지, 어찌 보면 윤 행장은 참 행복한 사람이다. 이날 통화에서도 윤 행장은 "난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좋은 자리를 이어갔기 때문이 아니다.
론스타라는 외국의 사모펀드에 인수돼 망가졌던 조직의 수장을 맡아 확 달라진, 그래서 자신감을 되찾은 직원들의 웃는 모습을 보고 떠날 수 있다는 자체가 그에겐 너무나 행복하다.
사실 지난 2년 직원들과 동고동락했던 추억은 너무나 많다. 사전 예고 없이 지점에 피자를 사 들고 가 직원들을 격려했고 우수 사원에게는 직접 전화를 해 칭찬했다. 떠나기 전에도 수백개 전 지점에 직접 전화를 하며 아름다운 마무리를 했다. 한 직원은 "행장님이 사주신 피자를 먹어보지 않은 직원이 없을 것"이라며 '사랑한다'고 그를 포옹했다.
그의 이런 모습은 지표에서 확연하게 그러난다. 윤 행장 재임 기간 외환은행은 확실히 활력을 되찾았다. 고객 수는 지난 2011년 766만명에서 2012년 785만명, 2013년 804만명으로 증가했고 핵심역량인 외국환과 무역금융에서도 1위를 지키고 있다. 그래도 아쉬움이 없을 수는 없다. 바로 외환은행이 하나금융 안으로 좀 더 녹아들어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윤 행장은 이임사에서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이 힘을 합쳐야 한다"며 "그래야 글로벌 금융사와 경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나은행을 경쟁자로만 보지 말고 대승적 견지에서 열린 마음으로 시너지 창출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도 당부했다. /이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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