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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치료에 사용되는 첨단기기인 기존 양성자치료보다 암세포 파괴력이 높아 '꿈의 암 치료기'로 불리는 중입자(重粒子)가속기가 이르면 2015년 국내에 도입될 것으로 전망된 다.
중입자가속기 암센터 국내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유니드파트너스는 최근 연세대 알렌관에서 덴마크 왕립연구소 산하기업인 단퓌시크(Danfysik)사와 독일 지멘스 등으로 구성된 유럽 컨소시엄과 중입자가속기 도입에 관한 본계약(MOA)을 체결했다.
유니드파트너스는 향후 학계ㆍ연구소ㆍ의료기관과 연계해 총 사업비 약 3,500억원을 들여 중입자 암치료센터를 건립할 예정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2015년 1월 개원을 목표로 송도국제화복합단지ㆍ제주도ㆍ대구첨단의료복합단지 등의 후보지 가운데 건립될 이 암센터에는 핵심시설인 중입자가속기와 암 치료실을 비롯해 신약개발 등을 위한 연구센터 및 관련 부속시설이 들어선다.
앞서 교육과학기술부와 원자력의학원은 2016년 가동을 목표로 부산 기장군에 중입자 가속기를 설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입자가속기, 일본ㆍ독일에 이어 국내 도입 추진=국내 기술로 중입자가속기를 개발하는 것에 반해 유니드파트너스가 도입하는 중입자가속기는 외국에서 개발 완료된 중입자가속기를 이전 설치하는 방식이다.
이 사업은 현재 독일 항구도시 킬(Kiel)에 건설 중인 북유럽방사선종양센터(NRock)의 장비를 이전 설치하는 프로젝트로 이 종양센터는 덴마크 단퓌시크가 중입자가속기를, 독일 지멘스가 치료와 진단기술을 공급해 현재 95%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단퓌시크는 한국으로의 설비 이전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조규면 유니드파트너스 대표는 "중입자가속기 암치료센터는 지난 2009년 세계 처음으로 독일 하이텔베르크대학병원에 건립돼 매년 1,000명 이상의 암환자가 치료를 받으며 탁월한 치료 효과가 인정됐다"며 "북유럽방사선종양센터 장비는 하이델베르크 모델을 향상시킨 장비로 현시점에서는 가장 우수한 세계 최첨단 장비"라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북유럽방사선종양센터 장비와 유사한 성능으로 최근 완공돼 가동 중인 독일 마르부르크 중입자 암치료센터에 컨소시엄 형태로 운영 참여를 한다"며 "내년부터 국내 중입자 암센터가 개원하기 전까지는 우리나라 암환자들이 독일로 건너가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입자가속기는 양성자를 포함한 중이온(헬륨ㆍ탄소ㆍ질소ㆍ우라늄 등)을 전자기 힘으로 빛의 속도(초속 30만㎞) 가까이 가속하는 장치로 핵물리ㆍ전자ㆍ생명과학과 접목되며 새로운 첨단 융합기술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의료용ㆍ분석용ㆍ연구용 및 산업용으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나노입자 생산 가공, 단백질 구조분석, 암 치료 등 첨단기술 연구와 개발에 활용되고 있다. 이 중입자가속기를 이용한 암치료는 치료 효과가 높고 부작용을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암세포 유전자 파괴, 암세포 폭탄이라 불려=기존 방사선 치료에 쓰이는 X선, 감마선 등은 암이 있는 깊이까지 가는 동안 방사선량이 급격히 줄어들어 치료 효과가 낮고 또 암 조직 주변의 정상세포를 손상시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비해 양성자와 중입자는 조사 직후에는 체내 에너지 흡수가 적고 암 조직에 도달할 무렵 절정에 달했다가 그 이후 다시 낮아지는 물리학적 특성을 갖고 있다. 이 현상을 이용한 양성자가속기와 중입자가속기는 적은 양의 방사선으로도 인체 깊숙이 숨어 있는 암세포를 정밀 타격하기 때문에 정상세포의 피해가 적고 치료 효과도 뛰어난 특성을 지닌다.
특히 중입자 치료는 양성자 치료에 비해서도 암세포 파괴력이 4배 정도 클 뿐만 아니라 입사선량이 10% 정도 적어 부작용이 그만큼 적다. 현재 양성자 암치료기는 국립암센터에서 가동 중이지만 중입자 치료는 아직 국내에 도입되지 않았고 독일과 일본에서 시술하고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중입자가속기를 이용한 암 치료는 1회당 치료 시간이 2~5분에 불과해 기존 방사선 치료의 40~60분, 양성자 치료의 30분에 비해 현저히 짧고 치료 횟수도 기존 방사선 치료가 28~33회, 양성자 치료가 28~30회인데 비해 2~6회로 적다.
치료 기간도 1~2주 정도로 빠른 시간 내 일상생활 복귀가 가능해 화학요법이나 외과수술이 힘든 암환자들이 비교적 무리 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꿈의 암 치료기'로 불린다. 치료비는 대략 3,000만~5,000만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입자가속기는 또한 암세포 밑에 숨어 있는 저산소 세포(암세포로 발전 가능성, 전이 가능성 있는 세포)까지 궤멸시키고 생존율이 낮은 간암ㆍ두경부암ㆍ육종ㆍ폐암은 물론 치료 자체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 췌장암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권용범 유니드파트너스 상임고문(물리학박사)은 "중입자가속기는 암세포 근처에서 극대화된 방사선이 암세포를 정확히 파괴해 '암세포 폭탄'으로 불리며 암세포의 유전자까지 파괴해 재발률을 낮춘다"며 "이번에 국내에 도입하려는 기종은 양성자치료와 중입자치료가 동시에 가능해 환자상태에 따라 적절히 치료법을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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