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직개편이 임박한 가운데 주요 부처들이 기획재정부를 바라보며 군침을 흘리고 있다. 조직개편 과정에서 재정부의 조직 일부를 서로 떼어가겠다고 나서는 것이다.
우리 경제 전반을 총괄하며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왔던 재정부가 새 정권 출범을 앞두고 '동네북'으로 전락했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온다.
13일 관가에 따르면 신설이 유력한 미래창조과학부와 금융부 등에 이어 외교부마저 재정부 업무 나눠먹기에 가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가 눈독을 들이는 업무는 재정부의 해외 유상원조 파트다. 현재 우리 정부의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휘하에 둔 외교부와 수출입은행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집행기관으로 둔 재정부로 크게 나뉘어 있다. 외교부가 무료 봉사활동이라면 재정부는 차관을 내주는 유료 개발사업에 가깝다.
현재는 해외 원조 업무가 분산돼 있어 효율성이 떨어질뿐더러 대다수 선진국들이 무상원조에 무게를 싣고 있는 만큼 재정부의 유상원조 역할을 흡수할 필요가 있다는 게 외교부의 논리다. 이 경우 재정부 대외경제국의 1~2개 부처는 외교부로 통합될 가능성이 있다.
외교부는 이 같은 내용을 14일 업무보고에 담을 것으로 전해졌다.
재정부 내에서는 반발의 목소리가 크다. 한 관계자는 "양 부처의 해묵은 갈등이 정권교체기에 터져나오고 있다"며 "기금운영권까지 걸려 있는 문제라 타협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뿐만이 아니다. 재정부 내 핵심 부서 중 하나인 장기전략국과 국제금융정책국도 결국 떨어져나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예상대로 미래창조과학부가 신설될 경우 우리 경제의 미래 먹거리를 고민하는 장기전략국은 물론 예산편성권 일부도 빼앗길 수 있다는 게 재정부의 고민이다.
재정부는 특히 국제금융국을 떼어 내 금융위원회로 이관한 뒤 이를 금융부로 승격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분명한 반대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세계 어디에도 금융부라는 부처는 없을뿐더러 감독 기능을 무작정 강화하는 게 글로벌 트렌드에도 맞지 않다는 것이다.
재정부 일각에서는 장기전략국은 깨끗이 포기하고 국제금융정책국은 지키는 '빅딜'안을 인수위에 제시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 밖에 재정부 관할인 수출입은행도 빼앗길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15일 업무보고를 앞둔 금융위는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수출입은행 등을 하나로 묶어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이를 총괄 관리하는 방안을 제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영토를 확장하려는 금융부의 방안을 인수위가 수용할 경우 재정부는 퇴직 관료들까지도 밥그릇을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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