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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남의 일 아니다(경제 앞이 안보인다)
입력1997-02-20 00:00:00
수정
1997.02.20 00:00:00
김상석 기자
◎경상적자 “눈덩이” 94년 멕시코 상황에 근접/외환보유고 작년 6월부터 감소 “위험수위”「외환위기론」의 망령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외환관련 지표들이 계속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다.
경상수지 적자폭 확대와 외환보유액 격감,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외채와 원리금 상환부담, 가파른 환율절하에 따른 국내유입 외자의 급격한 유출가능성과 외자유입 감소 등 현재의 우리 경제상황은 과거 80년대초 중남미 외채위기와 지난 94년말의 멕시코 페소화위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우리나라의 경우 원화가치의 가파른 절하(환율상승)에 따른 자본도피현상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제반 경제여건이 이같은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떨쳐버릴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경상수지 적자는 2백73억달러를 기록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경상수지 적자대국으로 추락했다. 이에 따라 경상GNP 대비 경상수지 적자 비율은 전년의 2.0%에서 4.7%로 급등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위험수위로 간주하는 5%에 거의 육박한 수준이다. 더구나 경제성장률이 급속히 떨어지는 와중에 경상수지 적자가 늘어나는 속도는 가히 폭발적이어서 IMF의 위험수위 5%를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지난 94년말 멕시코 페소화위기 때 멕시코의 경상GNP 대비 경상수지 적자 비율이 7.8%였음을 감안하면 적어도 이 비율과 관련해서는 우리나라가 94년 멕시코의 상황에 근접해가는 과정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급격한 환율상승을 막기위한 중앙은행의 외환시장개입이 빈번해지면서 외환보유액도 급감하고 있다.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6월말의 3백65억6천만달러를 정점으로 감소세를 지속, 지난해말에는 3백32억4천만달러로 줄었고 최근에는 외환당국의 적극적인 시장개입으로 인해 외환보유액이 3백억달러를 밑돌 것으로 추정된다.<김상석>
◎총외채 1,000억불 넘어… 작년 이자만 107억불
지난 1월중 수입규모가 1백26억달러였던 점을 고려하면 현재 외환보유액 규모는 적정수준(3백78억달러) 이하로 크게 떨어져 있는 셈이다.
총외채규모도 지난해말 이미 1천억달러를 상당히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5천억달러로 추산되는 경상GNP의 20%에 달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지불한 외채 원리금만 해도 1백7억달러에 이른다.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총외채규모는 더욱 커지고 이에 따라 원리금 상환부담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더구나 외채 가운데 1년 미만 단기외채의 비율이 55%(대우경제연구소 자료)에 달해 외채구조의 위험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원리금 상환부담은 곧 무역외수지 적자폭의 확대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경상수지 적자를 통해 외채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구조의 고착화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우려된다.
환율 급등은 대외채무부담을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국내에 유입된 외국자본의 해외유출 가능성을 더욱 짙게 한다. 어차피 원화가치가 추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될 경우 환차손을 피하기 위해 유입자본이 해외로 나가는 것은 자본의 기본적인 속성이기 때문이다. 환율급등을 막기 위해 한은이 18일 외환시장에 강력히 개입함으로써 환율 급등세는 다소 주춤해졌지만 경제기조적인 환율상승압력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영국의 유력경제전문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지는 지난해 8월 「동아시아국가들의 멕시코위기 재연 가능성」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94년 당시의 멕시코 정부처럼 동아시아국가들도 국제수지가 위기로 치닫고 있다는 우려를 애써 경시하고 있는데 이야말로 위기발생을 예고하는 분명한 신호』라고 지적했다.
작금의 상황에서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외환위기론」을 과장된 표현으로 치부해버리는 정책당국의 안이한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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