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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차와 디자인] <르포> 프랑스 르노자동차 그룹 테크노센터

세계최대 규모 ‘名車산실’<BR>연구개발 인력 1만2,000여명<BR>12개 슈퍼컴·170개 서버 설치<BR>첨단 정보통신설비로 중무장


프랑스 파리에서 차를 타고 서남쪽으로 30여km정도 달리면 파리의 위성도시인 귀앙꾸르(Guyancourt)가 나온다. 울창한 숲이 유독 눈길을 끄는 이곳에는 프랑스의 자존심 르노자동차그룹이 세계 최대 규모라고 자랑하는 연구개발의 산실인 테크노센터가 자리잡고 있다. 부지면적 150헥타아르(ha), 건물면적 총 41만㎡(12만여평)에 달하는 이 복합 건물군에는 기술ㆍ디자인인력을 포함해 무려 1만2,000여명이 근무하며 신차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세계 자동차의 흐름을 주도하는 ‘메가 브레인(mega-brain)’이라 할 만하다. ◇두뇌집적화로 초스피드 경영 이뤘다=르노가 이 거대 시설을 설립한 것은 약 17년전인 지난 1988년. 당시는 세계적인 자동차 시장 팽창과 더불어 업계의 신차 경쟁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 때 르노는 경쟁사보다 보다 빨리 신차를 출시해 시장을 주도하는 것만이 승기를 잡는 관건이라고 판단했다. 흩어져 있던 자사의 연구개발시설을 귀앙꾸르로 모아 효율성을 높이고 창의적인 두뇌들의 시너지를 높이겠다는 전략을 선택한 것. 당시 프랑스내 50여곳에 산재해 있던 연구시설들을 한데로 모아 지금의 테크노센터를 탄생시켰다. 지금의 테크노센터를 만들기 위해 르노가 쏟아부은 자금만 해도 무려 8억4,000만 유로. 덕분에 센터는 전체를 하나의 유기적인 신경망처럼 역는 첨단 정보통신설비로 중무장하게 됐다. 건물내엔 1만1,000여대의 컴퓨터와 1,750대의 디자인용 캐드스테이션(CAD-station)이 쉴새없이 연산을 거듭하고 있고, 이는 170개의 서버를 통해 엄청난 분량의 데이터를 광속으로 실어나른다. 또 센터내에 별도로 설치된 12개의 슈퍼컴퓨터는 시간을 나노단위로 가르며 초고속으로 핵심 연구개발자료들을 처리하고 있다. 센터 건립을 지휘했던 파드릭 르케몽 디자인 총괄 부회장은 “테크노센터의 건립으로 르노는 글로벌 경쟁에서 가장 앞선 개발시스템을 갖추게 됐다”며 “이는 르노의 자동차 디자인과 기술이 시자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선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개발 시간ㆍ비용 절반 가량 단축=인간과 기계의 두뇌가 총 망라된 테크노센터는 결국 그 값어치를 톡톡히 해냈다. 신차 개발기간과 비용이 대폭 줄어든 것이다. 10여년 전만해도 통상 5년 가량이 걸리던 신차 개발기간이 최근에는 통상 30개월 안팎으로 단축됐고, 개발비용 역시 지난 10여년새 30~50%가량 절감(동일 시리즈 차종 기준)됐다. 르노의 최고급 차종 가운데 하나인 베르사티스(Velsatis)만 해도 지난 91년 당시 신차 개발에만 총 1억2,000만 유로를 투입해야 했다. 그러나 10년후인 2001년에는 그 절반 이하의 비용인 5,500만 유로만으로도 신형 베르사티스를 개발하는 성과를 얻었다. 르노는 이를 바탕으로 기술력에서도 한발 앞서게 됐다. 실제로 최근 테크노센터는 연간 5~10개 가량의 신차 프로젝트를 평균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400여개의 특허기술을 매년 창출해내고 있다. ◇철저히 부수고 새롭게 탄생시킨다=테크노센터는 경쟁업체들의 제품을 철저히 분석해 자사 제품의 개발에 응용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센터내 건물 한켠에는 BMW나 폭스바겐 등 경쟁사 주요 차종들이 수시로 반입된 뒤 20여명의 전담기술팀의 손에 의해 해부된다. 이곳에 들어온 차량은 각각 6주간의 기간동안 부품 하나, 배선 하나까지도 낱낱이 뜯겨지고 파괴돼 르노 두뇌들의 데이터로 흡수된다. 테크노센터에서 이렇게 부숴지는 경쟁사들의 차량은 연간 무려 400여대에 이른다. 차값을 감안하면 연간 수백억원대의 돈이 경쟁차종 해부에 소요되는 셈이다. 소피 페리에 홍보담당 책임자는 “아무리 첨단 설비를 갖췄다고 해도 기술자가 직접 몸으로 자동차를 만져보고 체험함으로써 경쟁차종의 물리적인 특징을 완벽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들 차량 해체작업은 대강대강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차종별ㆍ부위별 해체 과정이 연간 단위로 일정이 잡혀 철저히 관리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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