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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키코 위험 알고도 적극 판매… 전면 재수사를"

피해기업대책위 녹취록 공개

"대법 판결과는 상반된 증거"

지난해 9월 은행권의 손을 들어준 대법원의 키코(KIKO) 판결에 상반되는 증거가 나왔다며 피해 중소기업들이 전면 재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8일 오전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키코 상품 판매 과정에서 이뤄진 SC제일은행 직원간 통화 내역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하고 키코 사건에 대한 전면 재수사를 촉구했다. 이 자료는 지난 2010년 검찰이 키코 상품을 판매한 4대 은행을 사기 혐의로 조사하는 과정에서 작성한 수사 보고서의 일부다.이 녹취록은 은행이 키코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판매했으며 수수료가 없다는 애초 설명과는 달리 높은 수수료가 적용됐다는 공대위 측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공대위 공동위원장인 양재하 동양기전 대표는 "2008년 1월8일 녹취록에는 '옵션상품이 이렇게 위험한 상품인줄 확실히 깨달았다'는 내용이 담겼는데, 이는 은행 직원조차 그동안 키코 상품이 위험한 줄 모르고 판매했으며, 위험성을 인지한 후에도 이를 숨기고 기업들에게 계속 판매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양 대표는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이 키코를 환헤지 상품으로 이해하고 가입했으며, 당시 은행 측도 키코 상품이 환헤지를 위한 것으로, 수수료조차 들지 않는 파생금융상품이라고 설명했다"며 "하지만 실제로 키코의 수수료는 선물환에 비해 20~30배나 높은 비싼 상품으로, 이를 미리 알았다면 중소기업들이 키코에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쟁점이 되는 수수료 문제와 관련, 녹취록에는 "그래도 4만 5,000불 이상 남는다. 선물환은 남는 것이 거의 없다. 이번 것을 하면 마진이 11만불 이상 나온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양 대표는 "은행 측은 선물환보다 키코가 훨씬 더 많은 이익을 남긴다고 판단하고 전략적으로 키코를 판매했다"며 "지난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키코 거래에서 은행의 마진이 과다하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은행의 손을 들어줬지만, 실제로는 과다한 마진과 위험성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번 녹취록을 통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공대위 측은 녹취록 자료를 현재 1ㆍ2심이 진행 중인 재판에 적극 활용하는 한편 국회 법사위원회 및 정무위원회 의원들의 협조를 받아 당시 은행 관리를 소홀히 한 금융감독원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이뤄지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지난 2010년 10월 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키코 피해기업은 738개사, 피해금액은 3조2,247억원인데, 이마저도 빙산의 일각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키코 피해기업들의 민사소송 패소로 피해액이 확정채무가 되면서 부도·파산·법정관리 등 중소기업 부실화에 따른 협력업체 줄도산과 종업원의 대량 실직사태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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