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주가연계증권(ELS)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것은 손익확정일의 하루 주가 움직임에 너무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었다. 잘 가던 주가가 손익을 확정하는 마지막 날 뚝 떨어지기라도 하면 그걸로 손실이 결정돼버린 것이다. 최근 나오는 새로운 ELS 상품은 손익을 매일 확정해 리스크를 분산하는가 하면 손실이 날 경우 이를 확정짓는 대신 기초자산의 주식을 지급해 재도전의 기회를 주기도 한다. ELS가 고정관념을 깨고 진화하고 있다.
31일 금융투자협회는 교보증권이 신청한 ‘일일손익 확정형 ELS’에 대해 3개월 간의 배타적 사용권을 부여했다. 일일손익 확정형 ELS는 발행일부터 만기일까지 하루 단위로 주가를 관찰해 배리어(손실 구간) 이상인 날 수만큼 처음 설정한 쿠폰(절대수익률)을 지급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즉 해당일의 주가가 배리어보다 높을 경우 투자금액을 투자일수로 나눈 일일 투자금액에 쿠폰 수익률을 곱한 만큼의 이익을 하루 단위로 확정 짓는다. 기존의 ELS는 만기 시 주가가 최초 기준가격보다 낮은 경우 투자금액 전체에 대해 손실 비율이 책정되는데 일일손익 확정형 ELS는 하루 단위로 수익을 확정 짓는 만큼 만기 시점의 주가 변동 리스크를 제거했다는 점이 장점이다.
이완석 교보증권 OTC사업본부장은 “스텝다운형 ELS의 경우에도 조기상환일 하루 주가에 큰 영향을 받는 리스크가 있는데 비해 일일손익 확정형의 경우 특정 시점의 주가 하락 리스크를 제거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라며 “단순히 쿠폰 수익률을 조금 높여 투자자를 유인하기 보다는 전혀 다른 수익 구조로 투자자의 투자 풀을 넓혀 주는 차원에서 일일손익 확정형 구조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교보증권은 다음주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사모 형태로 먼저 출시한 후 내달 8일께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형 ELS를 발행할 예정이다. 일일손익 확정형 ELS의 기초자산은 한국가스공사ㆍ금호석유화학ㆍ삼성엔지니어링으로 정했다.
신영증권이 지난달 29일부터 판매하고 있는 실물상환형 ELS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실물상환형 ELS란 만기 시점에 수익상환이나 원금지급조건을 만족하지 못하면 손실을 확정짓는 대신 구성 기초자산의 주식을 지급하는 형태의 ELS를 말한다. 김대일 신영증권 주식파생운용부 이사는 “업계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상품인 만큼 삼성전자나 현대중공업에 직접 투자하는 것과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등 고객들의 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며 “아직 집계는 되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청약 금액도 기대치를 웃돌고 있고 특히 1일 오전 청약 마감일에 투자 수요가 몰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축소돼 지난해와 같은 고수익 ELS의 발행은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금리수준과 주식투자 기대 수익률도 낮아져 ELS의 상대적 투자 매력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김지혜 교보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말부터 코스피200 지수의 변동성이 역사적 저점 수준으로 떨어져 올해는 지난해 상반기처럼 폭발적인 발행 확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고자 하는 투자자들의 성향으로 해외지수형 ELS 등 ELS 수요는 꾸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1월 들어 발행된 ELS 종목 수는 1,535개, 발행 금액은 4조3,727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12월 감소세에서 벗어났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