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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의 극복은 협상으로

노무현정부 출범 이후 화물노조 연대 파업을 시작으로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칠 만한 굵직굵직한 파업들이 발생했다. 파업 사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정권 교체에 따른 노동자와 사용자를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가 감지됐다. 경제발전에 우선순위를 두고 노사문제를 해결하던 시작이 분배에 우선순위를 두고 해결하려는 모습으로 전환된 것이다. 최근에 정부는 다시 철도노조의 파업에 공권력을 투입하는 등 강경 방침으로 선회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노무현정부의 노동 정책 변화를 보며 여론은 그렇게 호의적이지만은 않은 것 같다. 해외의 한 언론에서는 이를 이념의 갈등이 불거진 모습이라고 표현하기까지 했다. 국내의 보수 언론과 기업인들은 원칙 없는 간여가 경제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또한 상당수의 사람들은 과거 군사 독재시대에 계층간의 갈등 없이 일사불란했던 모습으로 지내던 시절을 그리워 하기까지 한다. 갈등 없이 모두가 일치단결해 동일한 목적을 향해 동일한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이 옳다고 믿기 때문이다. 사용자와 반대편에 서 있는 노동자들은 자신이 믿고 밀어준 정부가 자신의 이해를 대변하지 않음에 대해 배신감을 느낀다고 그 섭섭함을 토로한다. 이제까지 억눌려서 자신의 목소리 한번 제대로 내보지 못했으니 손해 보았던 것들을 만회할 수 있도록 정부가 힘을 행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노동자들은 정부의 간섭을 이끌어내기 위해 반대편에 서 있는 사용자와 가진 사람들을 제압하는 수단으로 파업과 같은 극단적인 방법의 사용을 주저하지 않는다. 이길 수 있는데 무엇을 주저하겠느냐 하는 힘의 논리가 득세하는 모습이다. 많은 사람들이 일사분란했던 독재시대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강한 정부를 그리워하는 것은 갈등은 사회악이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가족간에도 갈등이 생기면 갈등을 일으키는 사람을 문제제공자로 지목하고 갈등을 억누르는 방식으로 갈등을 해결한다. 노사가 함께 앉아 진행하는 임단협 테이블에서 갈등의 요소가 될만한 요구가 나오면 해결방안을 찾기보다는 먼저 갈등의 원인제공자를 찾아서 제재하려고 한다. 갈등을 일으키는 집단과 사람은 마치 제대로 살아가는 삶의 방법을 모르는 사람으로 몰아 부쳐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갈등은 없어져야 한다`고 바라보는 시각이 우리 사회의 건설적인 갈등 해결방법을 찾지 못하도록 하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사회적 갈등의 표출은 건강한 시스템의 증거다. 어떤 조직이건 사람이 모인 곳에서 반드시 발생하는 것이 갈등이다. 대부분의 갈등 원인은 무엇인가를 개선하려는 욕구에서부터 출발한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사회적 갈등의 모습을 너무 두려운 모습으로 바라보지 말자. 그리고 억누르거나 피해가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건설적인 방법으로 해결해나갈 수 있다는 시각을 가져보자. 갈등의 해결 방안은 힘으로 상대를 밀어 부치는 것이 아니다. 조직 내에서 발생하는 갈등 해결의 최종 목적은 상대방을 제압해서 당장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것이 아니다. 조직 내의 구성원들은 갈등이 해결된 다음에도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야 하는 한식구들이기 때문이다. 갈등 해결의 가장 이상적인 방안은 지금 당장 원하는 것을 싸워서 얻는 대결적 구도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갈등관계에 있는 쌍방의 관계를 더 좋은 것으로 만들 수 있느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서로를 이해하고 양보해 갈등이 해결된 뒤의 관계에까지 초점을 맞춰 진행하는 협상의 모습으로 사회적 갈등에 접근하는 시각이 아쉬운 때다. <김병국 호서대학교 교수ㆍ협상전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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