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도 ‘기업지배구조 개선펀드’의 도입이 본격화되고 있다. 기업지배구조 개선 펀드는 미국ㆍ유럽 등 선진국에는 이미 활성화돼 있으며 지배구조 개선 및 구조조정을 통해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게 특징이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하반기 이 같은 펀드를 만들어 높은 성과를 올리면서 다른 기관과 투신들도 관련 펀드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일 국민연금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자산운용과 템플턴자산운용을 통해 총 1,400억원 규모의 2개 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이 펀드는 이중 20여개사에 1,000억원을 투자해 올들어 6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기업지배구조 개선펀드의 투자대상은 ▦시장점유율이 높고 경쟁력 있는 상품을 보유하고 유통망을 잘 갖췄지만 최근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기업 ▦우수한 펀더멘털을 가지면서도 증시에서 장기간 소외된 종목 등이다. 알리안츠자산운용과 템플턴자산운용은 각각 증권선물거래소의 지배구조지수(KOGI) 편입종목(총 50개)에 40%, 기업지배구조개선을 통해 우수한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 5~6개씩에 60%를 투자하고 있다. 이 같은 투자기법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공무원연금 등 선진국 모델을 벤치마킹한 것. 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는 투자에 앞서 해당 기업의 경영자를 만나 시장에서 제 값을 못 받는 이유를 설명하고 개선책을 제시한다. 이어 ▦불필요한 계열사 지원이나 복잡한 자회사 출자관계 등의 정리 ▦토지 등 비업무용자산 매각 ▦배당확대를 비롯한 주주가치 제고 등 종합적인 경영컨설팅을 실시해 해당 기업의 재평가를 이끌어 낸다. 투자기간은 최소 1년에서 3~5년까지 중장기이다. 곽대환 국민연금 아웃소싱팀장은 “국내에서는 지난해 처음으로 이 펀드를 도입했으며 올들어 본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이 펀드에 편입된 F사의 경우 강력한 구조조정에 따른 부실 제거와 실적 향상에 힘입어 올들어 주가가 3배 이상 올랐지만 추가 상승 여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온규현 알리안츠자산운용 상무는 “중장기적 차원에서 투자기업에 대해 비효율을 제거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구조조정을 강력히 실시하도록 해 주가를 끌어올린다”며 “뛰어난 운용성과를 바탕으로 지배구조개선 대상 종목을 늘리기 위해 상당수 기업을 접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