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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저널리즘 심포지엄 "포털→모바일 축 이동" 강조
속보-동영상-이미지등 다양한 기사확산 전략 필요
어뷰징·낚시제목 등 트래픽에 매몰되면 미래 없어
마리아 라미레즈 엘 에스파뇰 창립자가 '비즈니스모델 개편' 세션의 연사로 연단에 섰을 때 '의외다'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엘 에스파뇰은 스페인의 언론 매체다. 올해 1월10일 창간돼 연혁이 4개월 남짓에 그친다. 종이신문 없이 온라인 기사만 생산하는데 우리나라에 넘쳐나는 인터넷언론과 같은 구조다. '신생 매체의 창립자가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기 위해 올라왔을까' 하는 생각에 자연스럽게 그의 발언을 경청했다. 강연 도중 갑자기 심포지엄 장이 술렁였다. "올 1·4분기에만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310만달러를 모금했다"면서 그가 손가락으로 '브이(V)'를 그렸고 객석에서는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크라우드펀딩만으로 창간에 성공했고 수백만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는 그의 발언에 각국의 언론인들은 미래의 희망을 찾기라도 한 듯 함께 즐거워했다. 310만달러는 지금까지 미디어 시장에서 시도된 크라우드펀딩 금액 중 최고가다.
지난 4월17~18일 양일간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제16회 인터내셔널 심포지엄 온 온라인 저널리즘(SOJ·International Symposium on Online Journalism)'에서는 전세계 36개국에서 몰려온 70여명의 발표자들이 저널리즘의 미래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한국에서는 6개 매체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참석했다. 심포지엄은 공정보도와 같은 저널리즘의 본질보다 미디어 빅뱅 국면에서의 생존전략에 초점이 맞춰졌다. 성장 정체, 뉴미디어의 변화 물결 속에서 국내 언론도 '대안'을 찾아야 했고 주최 측 역시 첫 번째 세션으로 '비즈니스모델 개편'을 준비했다.
미디어전문가들이 저널리즘의 새로운 비즈니스모델과 관련해 가장 주목한 부문은 모바일과 소셜미디어다. 이들은 기사 유통의 헤게모니가 과거 웹·포털에서 모바일·소셜미디어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으며 이 물결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포지엄 메인 연사로 나선 보니타 스튜어트 구글 비즈니스 솔루션 부문 부사장은 "뉴스 수용자들은 온라인을 이용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그 안에서 살고 있다"며 "특히 모바일 환경은 우리 삶과 신체의 일부로 올라섰다"고 말했다. 구글 조사에 따르면 뉴스 소비자의 90%가 모바일 앱을 이용하며 전체 뉴스 이용자의 72%는 모바일 웹으로 뉴스를 소비하고 있다.
글로벌 미디어들은 보다 구체적인 모바일·소셜미디어 활용 전략을 소개했다.
정보기술(IT) 전문매체인 마셔블은 페이지에 머무는 시간, 기사 공유 등과 같은 기본적 데이터 외에 외부 플랫폼 별로 차별화된 기사 확산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핀터레스트 이용자에게는 이미지를 강조한 뉴스를 중점적으로 제시하고 트위터 사용자에게는 속보기사를 주로 전달하는 식이다. 복스미디어의 자회사로 IT 전문매체인 버지는 실시간 비디오 트윗인 페리스코프 이용자에게 실시간 비디오를 보낸다. 국내 미디어들이 기사 어뷰징, 제목 낚시로 트래픽 싸움에 매몰돼 있는 것과 큰 차이다.
스테이시 마티넷 매셔블 최고마케팅책임자는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은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어 그에 맞는 뉴스와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류 언론인 워싱턴포스트도 디지털 전략의 성공 사례를 발표해 동료 저널리스트들로부터 갈채를 받았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2013년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에 인수된 후 디지털 혁신을 추진한 결과 최근 1년 사이 웹페이지 방문자 수가 71% 증가했다. 보수 매체로 분류되는 워싱턴포스트는 허핑턴포스트나 버즈피드 등이 다룰 만한 소프트 뉴스를 생산하는 파격에 나설 정도로 체질 변화를 적극 꾀했다.
에밀리오 가르시아 워싱턴포스트 실무편집국장은 "애니메이션이나 그래프·데이터 등을 기사에 첨부해 수용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텍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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