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46주년 특별인터뷰]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한·미FTA, 협상 시한 넘길 수도" 한·미 협상력 대등하지 않아 국익 관철위해 최선 다해야기업가 정신 발휘할 수 있는 여건 만들어줘야 경제활성화 대담: 황인선 정치부장 정리=이성기 기자 sklee@sed.co.kr 사진=이호재 기자 관련기사 "출총제 폐지 당이 주도할 것"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7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 "체결의 권한이 미국 의회로 넘어가면 협상 체결에 어려움이 발생할 것"이라면서도 "최선의 협상을 하되 국익 관철이 안되면 (내년 6월인) 체결 시한이 더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 정한 기한인 내년 6월까지 되도록 협상을 마무리 지으려는 정부 측 입장과는 달리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시각이어서 주목된다. 다만 김 의장은 "미 행정부와 협상을 하는 게 의회와 하는 것보다 효율적이라는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의장은 이날 가진 서울경제 창간46주년 특별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며 "미국과 협상력이 대등하지 않은 불리한 구조라는 점을 명심하고 가능한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장이 요즘 온 힘을 쏟고 있는 것은 경제계와의 '뉴딜(New Deal)'이다. '뉴딜' 성공 여부에 따라 김 의장에 대한 평가와 위상이 달라질 수 있다. 김 의장은 이에 대해 "찬반 견해가 있지만 국민적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했다"고 평가하며 "이제는 내용을 어떻게 담아갈 것인지에 대한 논의로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IMF 이후 '저투자ㆍ저성장ㆍ저고용'이란 '3저 현상'을 겪고 있다"며 "(경제 활성화를 위해)기업인들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6월11일 '독배'를 드는 심정으로 비상대책위원장이란 막중한 임무를 짊어진 김 의장. 그는 최근 '투자활성화와 일자리창출 대장정'에 나선 뒤 경제계 주요 단체장들과 만나 대안을 모색하는 등 '서민경제활성화'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번주 내 '사회 대타협'을 향한 1차 순방을 마무리 짓는 대로 노동계와의 2차 순방에 나설 생각이다. -어려운 시기에 당 의장이란 중책을 맡으셨습니다. 소감이 어떠신지요. ▦변화하지 않으면, 결단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 결과로 다시 국민이 주목하고 따뜻한 눈길을 보낼 수 있는 그 날까지 나아가야 겠다고 다짐합니다. -지난 총선 때 여당이 상상을 초월한 과반수 의석을 확보했고 국민의 엄청난 지지가 있었습니다. 백년 가는 정당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들 정도였는데 불과 2년 만에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민심이 참여정부와 여당을 떠난 원인을 뭐라고 보십니까. ▦두가지 측면에서 그렇다고 봅니다. 정치개혁 정말 해달라, 돈 안 쓰는 정치 또 쓴 돈은 투명하게 해달라는 게 첫번째 요구이고, 두번째는 대통령 탄핵에 대한 국민의 반감, 탄핵에 대한 규탄 등 이런 분위기가 쌓여 과반수의 의원이 열린우리당으로 당선됐습니다. 일정부분 정치개혁은 이뤘고 대규모의 권력형 부패는 사실상 없어졌습니다. 더 이상 그것만으로 호소력을 갖지 못하고 그 이상의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데 성공을 못했습니다. 부정부패를 없앤 것은 좋지만 사회를 활력 있게 돌아가게 하는 것에 미흡했습니다. 또 하나는 지역주의를 극복하자, 전국정당 만들자고 했는데 지역주의는 극복 못하고 지역기반은 허물어졌습니다. 이런 게 합쳐져 지방선거에서 참담한 좌절과 실패를 겪었습니다. -정부와 여당이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싶은 국민의 기대감을 채워주지 못해 실망이 큰 것 같습니다. ▦기대만큼 경제성장이 돼서 그 결과가 중산층과 서민에게 골고루 나눠졌으면 좋겠는데 기대만큼 안된 측면이 있습니다. 또 그것만이 있는 것은 아니고 이른바 지표경제는 4~5% 성장하는데 국민이 실제 느낄 수 있는 이른바 GNIㆍ국민총소득은 지난해 0.5%성장에 그쳤습니다. 중산층 이하 서민들에게는 지갑 두꺼워진 게 하나도 없는 거죠. 여기서 오는 반감과 서러움이 쌓이지 않았나 합니다. -최근 지방선거 참패 이후 국면 탈출용으로 경제 단체를 방문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 실제로 현장을 방문하시니 어떻습니까. ▦지금까지 집권 여당 대표와 지도부는 경제단체 지도자들을 초청했습니다. 초청해 말씀을 듣는 수준이었죠. 아시다시피 정치는 형식과 의전을 굉장히 중요시하는 영역입니다. 이번에는 저를 포함한 지도부가 찾아갔습니다. 그만큼 우리가 경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거지요. 경제인 여러분들의 역할을 기대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일단은 성공적이란 생각이 듭니다. 국민이 주목하고 있다는 느낌을 가집니다. 찬반 견해가 있기는 하지만 이런 여당의 선택이 국민의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이제는 내용을 어떻게 담아갈 것인지 그런 논의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진정으로 기업인과 기업이 정부와 집권당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기업인들을 만나보면 '사업 모델이 없다' '돈은 있는데 투자할 곳이 없다'고 말합니다. 투자하기 위해서는 수익이 예상돼야 하는데 수익모델이 안 잡힌다는 말을 들으면서 경제 지도자들이 상황을 제대로 보고 있구나, 이런 분들하고 대화를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을 합니다. 기업가 정신을 되살려서 위험을 짊어지고 투자를 하고 그럴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경영권 보호와 기업인들에 대한 사회적 평가, 국민이 기업인들이 괜찮다는 평가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는 정치인이 할 역할이 있습니다. -기업인은 미래가 불투명한 무한 경쟁 시대 속에서 성장 동력을 찾아 사활을 걸고 뛰고 있습니다. 정부와 정치권이 함께 도와줘야 할 입장인데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부족한 게 있겠죠. 제일 중요한 것은 IMF 사태 이후 사회가 저투자ㆍ저성장ㆍ저고용 쪽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사업모델과 수익모델이 점쟁이가 아닌 이상 도저히 알 수가 없습니다. 기업가들의 감각과 그간 쌓은 본능적 결단에 의해 흘러간 겁니다. 이 과정에서 실패도 있지만 '대박'도 터질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그런 의욕과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장애가 발생하고 있는 데는 시장 근본주의의 탓도 있습니다. 시장은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투자 문제에 관한 한 그것과 연관된 위험 감수에 있어서는 시장근본주의 즉, 미국식 신자유주의 쪽으로만 가서는 안됩니다. 예를 들어 은행이 수익성과 건전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을 IMF 과정을 통해 뼈저리게 경험했습니다. 동시에 지난 9년 동안 경제가 활력을 잃고 '3저 현상'이란 악순환이 생겼습니다. 이대로 가도 되느냐는 의문이 듭니다. 은행의 공공성 문제를 어떻게 할 수 없는 건지, 해외 지점이 없는 은행의 경우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8%를 꼭 지켜야 하는가 이런 문제제기를 하고자 하는 거죠. 누군가 이런 문제 제기를 하고 제도적으로 개선할 때 기업가들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수 있고 여건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국내 투자와 신규 채용 증가 등 조건부로 출총제 폐지를 제안했습니다. 먼저 (규제를) 대범하게 풀어주는, 경제활성화 차원에서 조건 없이 기업 요구를 들어줄 수는 없는 건지요. ▦기업 경제계 쪽에서는 '러브콜'을 하지 말고 화끈하게 사랑 고백을 해달라는 요구입니다.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 쪽에서는 이용만 당하고 제대로 못하는 거 아닌가, 경제계의 이행과정을 감독 관리할 수 있는 게 뭐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북미 관계에 있어 일괄타결이란 주장을 견지해 왔습니다. 이것도 말하자면 그런 방향으로 가면 '치킨 게임'이 됩니다. 사회적 대타협을 해야 한다고 모두 주장해왔지만 지난 세월과 더불어 불가능한 것으로 간주되는 처지입니다. 그렇다면 이대로 그냥 가자는 거냐고 반문하고 싶습니다. 그대로 갈 수 없는 것 아닙니까. 고리를 풀어야 하는데 그 시작을 여당이 하겠다는 겁니다. 공정거래위원회ㆍ재경부와 조율을 다 거치지 못했습니다. 조율 다 하고 가면 시간도 없고…. 정치권이 먼저 멍석을 깔려는 겁니다. 우선 경제계에 먼저 '쉘 위 댄스'를 제안한 거죠. 한 군데서 못 미덥지만 춤을 추기 시작하면 다른 쪽에서도 함께 출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정권과 국민간 신뢰 관계가 어느 정도 형성되었느냐에 따라 민심의 향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른 무엇보다 신뢰가 강점으로 꼽히시는데 공정위에서 '브레이크'를 걸어도 추진하실 생각이신지요. ▦그렇게 나갈 생각입니다. 집권여당이기 때문에 입법권을 행사할 수 있고 다른 정당과 논의해 긍정적 결론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먼저 여당이 부담을 짊어지라는 제안에 대해서는 이것도 거래이기 때문에 화끈하게 다 줄 수는 없습니다. 일방적인 것은 안됩니다. 이해관계가 각 영역에 다 걸려 있기에 한쪽에 화끈하게 해주면 다른 쪽도 줘야 하는데 정치권은 말로는 할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상호 이해 관계 상충을 조정해 낼 수 없게 됩니다. -집권당이나 국민들 사이에서 한미 FTA 관련 시기를 조절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국익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이것은 협상팀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동의를 업고 협상력을 높이는 방안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해야 합니다. 시한이란 게 미국이 스스로 국회에서 위임받은 시한인데 참고는 할 만합니다. 체결의 실제 권한이 의회로 넘어가면 협정 체결에 있어 어려움이 발생할 겁니다. 그것을 고려하자는 시각과 다른 한편에서는 받아들이는 것을 꺼려하는 국민 정서도 있습니다. 최선의 협상을 하되 행정부와의 대화가 보다 효율적이지만 국익 관철이 안되면 (시한이) 더 넘어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꼭 각오해야 할 것은 협상력이 대등하지 않아 미국에 월등히 불리한 구조라는 겁니다. 이를 보충하기 위해서 국민적 토론을 거치고 최대한 협상력을 높이는 방안 마련이 중요합니다. -내년 대선에서 차기 지도자는 어떤 역량을 지녀야 한다고 보십니까. ▦시대정신이 무엇이냐 하는 게 중요합니다. 다시 경제를 잘 돌아가게 하고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지도자가 누구냐,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내 각 부분 부담을 공평하게 해 '3저 시대'의 악순환을 끊고 돌파할 수 있는 지도자. 이것이 선택의 기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상대로 여야 '러브콜'이 많은데 정 전 총장에 대해 국가지도자로서 평가를 하신다면. ▦정 총장은 정직하고 양식 있는 분 입니다. 학계에서 총장 재직시절 직위를 즐긴 분이 아니고 최선을 다해 대학 사회 발전과 정의 실현에 기여했다고 평가합니다. 정권 재창출 과정에서도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우리당과 참여정부에 대해 실망이 많아요. 정치에 대한 관심은 굉장히 높은데 직접 참여 여부는 특별히 중대한 상황 변경이 있지 않는 한 쉽지 않을 것입니다. ◇김근태 의장 프로필 ▦경기 부천(59) ▦경기고ㆍ서울대 경제학 졸업 ▦민주화운동청년연합(민청련) 초대, 2대 의장 ▦민주당ㆍ새정치국민회의 부총재 ▦새천년민주당 최고위원 ▦한반도 평화와 경제발전전략연구재단 이사장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제43대 보건복지부 장관 ▦열린우리당 최고위원 ▦열린우리당 당의장 ▦제15ㆍ16ㆍ17대 국회의원 입력시간 : 2006/08/07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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