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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조달업무로 국고 45억 '줄줄'
입력2005-05-17 07:43:45
수정
2005.05.17 07:43:45
공무원·납품업자 유착 확인…경찰 "다른 품목 수사 확대"
17일 경찰에 적발된 조달청 전ㆍ현직 직원의 `납품비리' 사건은 공무원과 납품업자가 유착하면 투명성을 생명으로 한 조달업무가 얼마나 엉터리로 진행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조달청 전 중앙보급창장(1급 대우) 이모(58)씨는 공공기관이 쓰는 행정용품을 구매해 공급하는 업무를 총괄하는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엄청난 국고손실을 불러왔다.
경찰에 따르면 전 보급창장 이씨는 2001년 11월 중순 손전등 제조업체 E사 `바지' 사장 명모(45ㆍ여)씨에게 손전등 10만개를 주문했다. E사가 손전등 15만개를 팔단체를 찾았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기 때문이다.
당시 조달청 창고에는 3억5천만원 상당의 손전등 재고품 4만6천개가 있었다. 이씨는 우선 재고처리를 위해 이를 명씨에게 공짜로 넘겼다.
이어 손전등 10만개에 대한 대금 7억1천만원도 지급했다. 그러나 E사는 돈만 받고 단체에 물품을 전달하지 않았다.
이씨는 사기 혐의로 명씨를 검찰에 고소했으나 피해액 10억7천만원 대신 손전등14만6천여개를 받기로 합의하고 고소를 취하했다.
그러나 소방법이 개정되는 바람에 이씨가 E사에서 받은 손전등 14만6천여개는 무용지물이 돼버렸다. 개정된 소방법에서는 스위치가 달린 손전등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로써 국고 17억원이 고스란히 날아갔다.
이씨는 2003년 6월에도 E사와 손전등 25만개를 또 계약했다. 사기를 당하고도 수요도 없는 손전등을 시가보다 7천원 이상 비싼 가격에 10만개나 납품 받았다.
이씨는 납품받은 손전등 10만개를 판매할 수 없게 되자 수요기관으로 등록되지 않은 다른 행정용품 납품업자 16명에게 개당 1만원씩 5천600개 상당을 강매하기도했다.
이씨는 조달업무를 지인의 배를 불리는 데 이용하기도 했다. 평소 친하던 문모(47ㆍ여)씨와 판매대행 계약을 하고 재생 카트리지 제조업체 5곳으로부터 판매대금의30%를 수수료로 문씨에게 지급하도록 한 것.
문씨는 이씨 도움으로 2001년 12월∼2003년 7월까지 5개 카트리지 업체에 제공된 납품대금 가운데 28억7천여만원을 수수료로 지급받았다. 국고 28억7천여만원이고스란히 사라진 것이다.
경찰은 "조달사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창고 등 시설에 관한 위탁운영이 아닌 판매대행은 법으로 금지돼 있다"고 말했다.
이씨의 밑에서 구매계약 등을 담당했던 보급계장 (부이사관) 김모(60)씨는 더 대담했다. 김씨는 E사의 손전등 납품 계약을 추진해준 사례금으로 2001년 12월 E사관계자로부터 현금 4천만원을 챙겼다.
이들은 중앙보급창 행사를 열거나 자체 홍보책자를 제작하면서도 납품업체로부터 협찬을 받아 개인 용도로 유용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씨와 뇌물 4천만원을 받은 김씨, 수수료로 28억여원을 챙긴 문씨 등 7명에 대해 검찰에 구속 의견을 올렸으나 검찰은 이들 모두에 대해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불구속 수사 지시를 내려 `봐주기'가 아니냐는 논란도 일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조성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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