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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단축)법 시행 전에 사람을 더 뽑고 설비도 보강해야 할 텐데 돈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면 모를까. 답이 안 나옵니다."
한 자동차부품 업체 대표는 근로시간 단축을 내용으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대한 대책을 묻자 이같이 말하며 한숨만 쉬었다.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추가 인력도 뽑고 설비투자도 해야 하는데 이를 해결할 재원이 없다는 호소다.
최대 68시간인 주당 근로시간을 최대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임박해오면서 기업마다 비상이 걸렸다. 특히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것과 무관하게 기존 근로자들이 임금보전을 요구할 게 뻔한데다 근로시간 감축에 따른 생산량 감소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를 생산성 향상과 시설투자·인력충원 등으로 커버하라는 게 노동계의 요구지만 재원이 마땅치 않은 기업으로서는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노동계 "임금 보전해라"…재계 "중소기업 줄도산" 우려=서울경제신문이 고용노동부의 자료를 토대로 장시간 근로자의 임금감소 폭을 분석한 결과 자동차·식료품 등 상당수 업종 근로자의 임금이 최대 25% 이상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임금감소를 근로자는 물론 노동계가 받아들일지 의문시된다. 이미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감소를 보전해줘야 한다는 노동계의 요구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박성식 민주노총 대변인은 이에 대해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취지는 근로자 삶의 질 개선"이라며 "근로시간 단축이 저임금으로 이어진다면 당초 취지에 배치되는 것이니만큼 반드시 임금보전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일부 대기업들은 이 같은 주장을 수용할 수도 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지난해 3월 기존의 주야2교대(10시간+10시간)를 주간연속2교대(8시간+9시간)으로 개편하면서 생산직 근로자의 하루 평균 근무시간을 2시간 줄였다. 현대차는 설비확충, 노동집중도 향상을 통해 시간당 생산대수(UPH)를 402대에서 432대로 끌어올려 기존 임금을 100% 보전했다. 하지만 이는 일부 대기업에 국한되는 것으로 중소기업으로 넘어가면 문제의 심각성이 크게 달라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고문수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전무는 "임금보전을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이 선행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설비투자와 인력확충이 필수적"이라며 "하지만 대다수 중소기업들은 그런 여력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형준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도 "연장근로는 경기변동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며 "생산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임금보전이 뒤따를 경우 중소기업들의 도미노 폐업이 가시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추가 연장근로 허용 등 연착륙 방안 마련해야=산업계의 우려와는 별개로 장시간 근로 관행은 한국 사회가 반드시 해소해야 할 고질병이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기준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2,092시간으로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높다. 미국과 일본은 각각 1,798시간, 1,765시간이며 프랑스·독일 등의 유럽 선진국은 연간 근로시간이 1,300~1,400시간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산업 현장의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제도가 연착륙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정부와 여당은 2016년부터 근로시간 단축을 시행하되 노사가 합의할 경우 1년 중 6개월은 주당 8시간의 연장근로를 허용하자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1년의 절반은 주당 52시간, 나머지 절반은 60시간까지 근무가 가능한 방식이다. 반면 노동계와 야당은 '연장근로의 추가 허용 없이 즉시 시행'을 기본 입장으로 하고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에 대해 "근로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고용률 제고에도 기여할 수 있는 근로시간 단축은 필요하다"면서도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완충장치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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