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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매미’ 피해 파장] 물가불안감 증폭
입력2003-09-14 00:00:00
수정
2003.09.14 00:00:00
최원정 기자
기상이변과 태풍으로 최악의 흉작으로 물가불안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생활형편이 어려운데 물가까지 들먹인다면 가뜩이나 흉흉한 민심은 더욱 어수선해지는 것은 물론 경제전반에도 상당한 파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름 냉해로 이미 심각한 피해를 보고있던 농작물이 태풍 `매미`의 직격탄을 맞으며 농산물 출하량이 사상 최악을 기록, 농산물 가격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게 치솟을 전망이다. 농수축산물이 전체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 농산물 가격 상승은 전체 물가상승을 야기하는 주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미 지난 8월 농산물가격이 5개월만에 상승세로 돌아선 소비자물가상승을 주도한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일각에서는 올 하반기 소비자물가가 3%대 밑으로 떨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농산물가격은 서민들의 식료비지출을 증가시켜 서민가계를 더욱 힘들게 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쌀 수확량은 태풍 직전에도 이미 지난해의 3,422만섬보다 3.9% 줄어든 3,288만섬에 그칠 것으로 추정됐었다. 그러던 차에 쌀 작황에 가장 중요한 9월에 태풍이 덮치며 올 쌀생산량은 냉해로 최악의 흉작을 기록했던 지난 95년의 3,260만섬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쌀의 공급은 의무수입물량 143만섬에 800만섬 이상의 재고량을 감안하면 연간 소비량3,400만섬을 공급하는데는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품질이 뛰어난 쌀의 수확량은 급격히 줄어 상품(上品)의 가격은 치솟을 것이 분명하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햅쌀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쌀공급에는 문제가 없겠지만 가격 상승은 막기 힘들다”고 말했다.
더욱이 세계무역기구(WTO)의 시장개방압력으로 농가의 반발이 커진 상황에서 흉작은 추곡수매가에도 영향을 미쳐 정부의 단위당 수매부담 증가가 불가피해 보인다.
사과ㆍ배 등의 과실과 고추ㆍ호박 등의 가격상승도 서민가계를 주름지게 하는 주요요인이다. 일조량 부족으로 가뜩이나 결실이 적었던 과실은 수확직전 태풍이 휘몰아치면서 제대로 익지도 못하고 떨어져 수확할 게 거의 없는 상황이다. 농림부는 전국적으로 7,000ha의 과수원이 낙과 피해를 본 것으로 잠정집계했다. 사과는 지난해 10에이커당 43만3,000톤을 수확했지만 올해는 39톤도 훨씬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농작물도 태풍으로 비닐하우스들의 큰 피해를 입으면서 가격 상승세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대표적 밭작물인 고추는 지난해보다 수확량이 35%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과실과 농작물이 막대한 피해를 보면서 농산물 가격이 가장 높은 추석 성수기 이후에도 가격 내림세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이미 추석에 전년 같은기간보다 50% 이상 가격이 급등했던 농산물 가격은 당분간 추가적으로 상승할 수도 있다는 어두운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재정경제부 국민생활국 이주형 물가정책과장은 “태풍으로 농산물 가격은 오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서민 가계에 주름이 가지 않도록 정부는 비축물량과 수입물량을 늘리고 수송을 원활하게 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최원정기자 abc@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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