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신문과 현대경제연구원이 금융위기 1년을 맞아 '경제위기지수'로 분석해온 한국경제의 현실은 한마디로 여전히 '위기 진행형'이다. 위기상황을 가늠하는 '경제위기판단지수'와 위기상황의 극복 가능성을 보여주는 '경제위기극복가능지수' 모두 불안함을 보여줬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위기 단계별로 보면 우리 경제가 여전히 매우 위험한 단계에 놓여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우리 경제가 어느 나라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얘기다. 이번 조사를 주도한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본부장(상무)은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펼쳐왔던 적극적인 금융ㆍ재정 정책을 위기극복 시점까지 지속하고 대외 불안요인을 감안해 내수경기 부양을 위한 다양한 정책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우리 경제가 확실한 안정국면에 들어서기 위해 필요한 과제를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다섯 가지로 압축해봤다. ■확장적 재정정책 지속 경제위기 상황을 5단계로 나눠 조사한 결과 우리 경제는 1단계, 즉 가장 위험한 구간에서 아직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생산ㆍ고용 등 11개 지표로 구성된 '실물위기판단지수'는 36으로 여전히 정상 수준(62.35~71.8)을 한참 밑돌았다. 경기를 확실하게 안정 단계로 올리기 위해서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지속해 경기회복 속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위기 이후를 대비하는 출구전략이 섣불리 진행될 경우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답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위기 이후 중국의 부상, 기축통화를 둘러싼 논쟁, 글로벌 불균형 시장 등 금융위기가 초래한 세계경제질서 재편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은 지속돼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민간 투자 활성화 지원 이번 조사에서 기업 부문만을 떼어내 '위기극복가능지수'를 파악한 결과 42.9에 머물렀다. 정상 수준(62.0~66.7)보다 최대 20포인트가량 낮다. 기업 부문의 자생적인 힘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법인세 인하 등 감세정책을 유지하고 녹색성장 관련 투자를 계획대로 추진하는 등 정부 투자의 순조로운 진행을 통해 민간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는 결론이 이번 조사에서 도출됐다. 또 수도권 규제를 비롯해 각종 투자 관련 규제를 적극 완화하고 환경부담금 등 신규투자에 따르는 추가적인 비용도 축소하는 한편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의 일몰기한 연장 등이 필요하다고 연구원 측은 강조했다. ■사회안전망 강화 가계 부문의 위기극복지수는 지난 6월 현재 71.5까지 올라와 비교적 안정 수준을 보였지만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증가 요인이 컸다. 금융 부문의 위기극복지수는 46.5로 정상치를 밑돈다. 이에 따라 서민 지원대책을 단순하게 저소득층 지원 차원이 아닌 내수기반 확보로 추진해야 하며 고용 창출, 가계부채 조정, 취약계층 보호 등을 통한 사회안전망 강화로 전체 가계의 안전성을 확보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부동산 버블ㆍ인플레이션 등 부작용 방지 위기의 완전한 극복을 위해 부양책을 쓸 경우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 특히 부동산 버블 대응 강화가 시급하다고 연구원은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이를 막을 전략을 조기에 마련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실제로 강남에서 시작한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다시 강북ㆍ수도권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며 물가를 비롯해 경제에 압박요인이 되고 있다. 아울러 금융완화정책이 앞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부작용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금융 부문의 위기판단지수는 14.5로 매우 좋지 않았다. ■산업구조조정 추진 세계 경기회복 속도가 느리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한국 경제의 회복속도도 상당한 제약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세계 경기회복 시나리오에 따라 우리 경제가 도약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산업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계 경기의 느린 회복은 국내 산업 부문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고 또다시 금융 부문과 가계 부문으로 파급되는 악순환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선제적인 산업 구조조정과 함께 지속적인 투자와 고용창출이 일어날 수 있도록 정책적인 뒷받침이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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