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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사면초가 기획예산처

-최상길 정경부기자공공개혁이 부진하다며 여론의 질타를 받던 진념(陳稔) 기획예산처 장관이 요즘 또다시 곤경에 처해있다. 개혁 부진이나 개혁과정의 하자를 이유로 비난여론이 집중포화를 퍼부어서가 아니다. 공공개혁은 많은 과오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역대 어느 정권보다 알맹이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이고 이제 막 본궤도에 들어선 시점이기도 하다. 곤경의 이유는 어느 얼빠진 검사장의 실언 때문이다. 정치권은 여느 사건과 달리 여야가 합심해 「파업유도 발언」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청문회를 준비하고 있다. 陳장관은 증인이든 참고인이든간에 청문회에 불려나갈 입장이 돼 버렸다. 조폐공사를 포함한 정부투자기관의 구조조정을 기획했고 일정을 관리하고 있으니 불가피한 일이다. 특히 기획예산처가 음모에 가담, 조폐창 통합일정을 무리하게 앞당기도록 독려하지 않았느냐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지금까지 여론은 『왜 공공개혁이 지지부진하냐』며 기획예산처를 비판했다. 거창한 계획 발표에도 성과가 피부에 닿지 않는다고 채찍질했다. 그래서 기획예산처는 공기업들의 개혁 마인드를 더욱 부추기기 위해 인센티브 및 디인센티브 부여책을 내놓았다. 공기업 경영혁신대회와 실적부진 공기업 사장 2~3명에 대한 해임건의 방침이 그것이다. 이에 자극받은 공기업들은 지난 8월4일 공표된 개혁일정을 앞당기기 위해 무리수를 감행하기도 했고 계획을 확대 수정한 것이 저간의 사정이었다. 요즘 기획예산처 관계자들은 『공무원이 너무 열심히 일하면 뒤끝이 좋지 않다는 속설이 맞다』며 한탄한다. 개혁을 독촉한 결과가 바로 청문회 출석이기 때문이다. 파업유도 발언의 진위는 꼭 규명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이 자칫 공공개혁을 지연시키는 빌미로 작용해서는 곤란하다. 가뜩이나 사회분위기가 느슨해진 상황인데 이번 사건은 마치 공기업 개혁프로그램 자체가 잘못된 것처럼 부각시킬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청문회를 준비하는 정치권은 빈대 한마리를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 /SKCHO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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