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흐를수록 경제는 활기를 띨 것이다.’ 서울경제가 국내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실시한 경기 전망 설문조사를 통해 국내 기업들이 올 하반기와 내년 경제를 낙관하고 있음을 뚜렷하게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주요 대선주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5% 이상의 고성장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 경영자들은 많지 않았다. 설문 조사 결과 기업 CEO의 절반 이상은 내년도 성장률이 올해보다 다소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하반기보다 내년이 더 기대된다”=김종갑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은 이번 설문조사에서 “2ㆍ4분기 D램 가격이 급락했지만 우려하지 않는다”며 “계절적으로 하반기에 디지털 기기 판매가 늘고 윈도비스타 이용자도 많아질 것으로 보여 충분히 실적을 개선시킬 수 있다”고 답했다. 대부분의 CEO들은 우리 경제의 활력이 빠르게 충전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올 하반기보다 내년 경제에 대해 훨씬 더 기대가 큰 모습이다. 이번 조사에서 CEO들은 내년도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에 대해 41.1%가 “4.5~4.8%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4.9~5.0%와 5.0% 이상을 내다본 경영자도 각각 8.9%와 8.2%에 달했다. 경영 최고 책임자들의 절반 이상(58.2%)이 내년 경제 성장률을 4.5% 이상으로 전망한 셈이다. 이들은 다만 내년에 집권하는 차기 정부가 5% 이상의 고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지는 않았다. ◇“정치ㆍ사회적 변수가 더 골치 아프다”=하반기 기업경영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CEO들은 경제 문제보다 정치ㆍ사회 문제를 가장 크게 꼽았다. 대통령 선거를 둘러싼 정치권 및 사회 갈등 심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52.7%로 제일 많았던 것은 상당수 기업들이 정치 변수에 영향을 받는 것을 입증한다. 실제로 78.6%의 CEO가 오는 12월에 치러지는 제18대 대통령 선거 결과가 내년도 기업경영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64.3%가 다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으며 14.3%는 매우 큰 영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별 영향 없을 것이라는 응답은 21.4%였다. 한 대기업 계열사 사장은 “대선 결과에 따라 거시경제 정책, 외교안보 정책, 기업관련 규제 등에 대한 큰 변화가 예상된다”며 “선거 결과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참여정부 남은 임기 동안 규제완화 주력을”=CEO들은 최근 정치적 발언을 부쩍 강화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남은 임기 8개월여 동안 무엇보다 규제완화를 통한 기업경영 환경 개선에 주력해달라고 요청했다. 응답자의 39.6%가 ‘규제완화를 통한 기업투자 활성화’를 노 대통령이 임기 말에 주력해야 할 경제정책으로 꼽았다. CEO들은 또 갈수록 낙폭이 커지고 있는 엔화에 비해 강세를 이어가고 있는 환율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출기업에 대한 지원(20.1%)도 노 대통령에게 주문했다. 이밖에 CEO들의 참여정부에 대한 요구사항 가운데는 부동산 시장 안정(17.4%)에 집중해달라는 의견과 노사관계를 비롯한 사회 안정 도모(10.7%),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8.7%) 주력 등도 빠지지 않았다. 한편 대내외 경제변수의 불안요인이 많은 것도 CEO들의 근심거리로 나타났다. CEO의 36.0%가 원화 강세로 인한 수출채산성 악화에 대해 우려했고 16.7%는 국내외 금리인상이 기업경영을 어렵게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 "분배보다 성장 주력을" 대선주자들에게 주문 '분배보다 성장.' 이번 설문조사에서 최고경영자(CEO)들이 대권을 향해 질주하고 있는 대선주자들에게 주문한 요구사항이다. CEO들은 특히 차기 정부는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열어야 하며 이를 위해 "한국 경제를 이끌어갈 새로운 동력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차기 정부를 책임져야 할 대선주자들이 '주력해야 할 경제정책'을 묻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46.7%가 "신성장동력 산업 육성"이라고 답했다. 또 14.7%는 "3만달러 국가로 진입하기 위한 정책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3만달러 시대를 위한 정책이나 신성장동력 산업 육성이라는 화두는 한꺼풀 벗겨내면 한결같이 성장우선 정책을 펼치라는 내용이다. CEO들은 대선후보자들에게 사회 갈등 조절을 통한 안정 도모(18.0%)와 부동산 및 금융시장 안정(16.0%)에 대한 주문도 빼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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