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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증시에서 외국인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외국계 증권사 리포트에 따라 개별 종목의 주가가 크게 들썩거리고 있다. 20일 주식시장에서는 LG디스플레이와 현대중공업의 주가가 외국계 증권사의 평가에 따라 크게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LG디스플레이는 이날 외국계증권사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가 산업의 펀더멘털 약화 전망과 함께 투자의견 ‘매수’에서 ‘시장수익률 하회’로 하향조정하고 목표주가도 기존 5만2,000원에서 3만3,000원으로 하향조정하면서 전거래일 보다 500원(1.35%) 내린 3만6,650원에 장을 마쳤다. 반면 현대중공업은 HSBC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췄다며 투자의견으로 ‘강력매수’를 내놓은 덕분에 나흘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외국계 증권사 리포트가 최근 주가를 움직인 사례는 비단 이들 뿐은 아니다. 하이닉스는 지난 16일 도이치증권과 로얄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가 잇따라 부정적인 올 하반기 실적전망을 내놓으면서 6.56%나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9일 이번엔 뱅크오 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가 “주가조정은 과도하다”며 ‘매수’ 의견을 유지하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대표적인 풍력주인 태웅과 현진소재도 지난 16일 골드만삭스가 “가격경쟁력이 약화됐다”며 대폭적인 목표주가 하향과 더불어 ‘매도’ 의견을 내놓자 나란히 7%대의 급락세를 보였다. 국내 증시에 이처럼 외국계 증권사 리포트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것은 증시가 박스권 돌파를 앞두고 외국인 수급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데 1차적 원인이 있다. 여기다 올 들어 국내 증권사들 사이에선 ‘매도 리포트’가 거의 등장하지 않으면서 외국계 증권사 리포트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진 점도 배경이 되고 있다. 주상철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계 증권사 리포트는 최근 정보기술(IT) 등 외국인 매매비중이 높은 업종ㆍ종목일 수록 영향력이 크게 나타난다”며 “박스권 돌파 시기일수록 외국인 매매패턴이 중요하다는 점도 투자심리에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그러나 외국계 증권사와 국내 증권사 모두 비슷한 분석틀을 이용하기 때문에 외국계 리포트라고 해서 무조건 맹신할 이유는 없다고 조언한다. 실제 하이닉스에 대한 목표주가는 도이치증권과 RBS가 각각 2만2,000원, 1만9,000원에 불과한 데 비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의 경우엔 4만5,000원이었다. 같은 외국계 증권사임에도 목표주가가 2배 이상 차이 나는 셈이다.게다가 도이치증권과 RBS가 하이닉스를 혹평한 지난 16일 외국인투자자들은 오히려 하이닉스를 336억원 어치 순매수했다. 배재현 한화증권 연구원은 “외국계 증권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아 주가가 반드시 리포트 결과를 따라가지는 않는다”며 “외국계 증권사 리포트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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