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조원의 운용자금을 보유한 '공룡' 농협중앙회가 인수합병(M&A)과 부동산 등 대체투자 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저금리 시대에 기존의 채권 위주 투자로는 적정 수익을 올릴 수 없다고 판단,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다.
24일 IB 업계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현재 현대상선(011200) LNG사업 부문의 우선협상대상자인 IMM인베스트먼트가 설립하는 특수목적법인(SPC)에 700억원을 투자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중앙회 관계자는 "현대상선 LNG사업 부문에 대한 사업성을 검토하고 있다"며 "근 시일 내 투자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우바이오의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인 중앙회 산하 농협경제지주는 이날 농우바이오와 양해각서(MOU)를 체결, 7월 말께 최종적으로 인수를 마무리한다. 앞서 중앙회는 국내 최대 종자기업인 농우바이오의 지분 52.82%를 2,953억원에 인수하며 농우바이오 대주주가 됐다.
중앙회는 M&A 시장에서 2조원대 대어로 꼽히던 ADT캡스 인수에도 이름을 올렸다. 당초 IMM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에 들어갔던 중앙회는 우선협상대상자에 외국계 사모펀드(PEF)인 칼라일이 선정되면서 ADT캡스 투자가 무산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후 칼라일의 '러브콜'을 받아 ADT캡스 인수자금으로 500억원가량 투자가 가능해졌다.
지난해에는 ING생명을 인수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유한책임투자자(LP)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처럼 중앙회가 M&A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배경에는 저금리 장기화로 자산운용의 수익성울 올리기 어렵다는 고민이 깔려 있다.
지난해 말 기준 1,167개 단위조합에서 중앙회에 예치한 자금은 78조1,682억원에 달한다. 중앙회는 그동안 예치금의 대부분을 안전자산인 채권에 투자했다. 하지만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며 채권금리가 하락, 운용자금 수익성도 함께 저하되는 딜레마를 맞았다. 실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008년 말 5.27%에서 2013년 말 2.79%까지 오그라들었다.
이에 중앙회는 올해 초 조직개편을 통해 상호금융지원부 산하에 기업금융단을 신설했다. M&A 및 기업구조조정과 관련된 사모펀드(PEF) 등 금융대체 부분을 확대하기 위한 포석이다.
국민연금이 기금의 순자산에서 주식 투자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리고 군인공제회가 헤지펀드 투자 규모를 올해 1,000억원까지 확대하겠다고 공언하며 수익률 제고에 나선 것과 같은 맥락이다.
실물 대체투자에도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앙회는 대체투자 상품 중 특히 수익형 부동산에 관심이 많다. 연간 6%대 임대수익이 발생하고 오피스빌딩 시세는 부동산 경기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다는 장점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나이스정보통신(036800)이 보유한 마포 사옥을 114억원에 매입한 것을 비롯해 같은 달 나이스홀딩스가 보유한 부동산과 토지를 약 277억원에 사들였다.
중앙회 관계자는 "경기상승이 지연되면서 자금운용을 채권 투자에만 의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대체투자 비중을 점차적으로 늘려나가며 전체 자산운용 포트폴리오에서 채권투자 비중을 희석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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