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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코끼리 인도시장을 잡아라] <중> CEPA의 바람을 타고

4~5년 뒤 CEPA 효과 극대화…코리아 브랜드 날개 단다<br>삼성·LG·현대차 등 국내기업 매출·브랜드 가치 업그레이드<br>인적교류 등 서비스분야 개방 비관세 장벽 해소도 서둘러야

인도 뉴델리 남동쪽 노이다에 위치한 LG전자 생산법인에서 직원들이 냉장고를 조립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320만대가량의 냉장고를 현지에서 생산, 260만대를 인도 내수시장에 공급했다. /노이다=황정원기자


지난해 2월 새로 연 델리공항(인디라간디국제공항) 제3터미널. 북적거리는 인파와 낡은 시설, 화물처리 지연 등으로 악명 높았던 델리공항은 옛말이다. '달리는 코끼리'의 상징이 된 델리공항 제3터미널 곳곳에 한국이 보인다. 사리나 터번을 착용하고 전통을 고수하는 인도인들도 LG 로고가 선명하게 새겨진 TV에 나오는 볼리우드 영화에 푹 빠져 있다. 중국에 이어 세계의 생산과 소비시장으로 뛰어오른 인도에 한국은 더 이상 값싼 아시아 브랜드가 아니다. '코리아'는 이미 인도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통한다. 일본이나 유럽 브랜드에 전혀 밀리지 않는다. 지난 1990년대 말 인도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한 삼성ㆍLGㆍ현대자동차 등 국내 기업들은 이미 인도에서 대표 브랜드로 자리를 잡은 셈이다. 남들보다 한발 빠른 인도와의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은 우리 기업들이 인도시장에서 매출은 물론 브랜드 가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다. 친디아 시장에서 날개를 달고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은 '콴시', 인도는 '아쇼카'=인도에서는 아쇼카(Ashoka)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호텔ㆍ레스토랑은 물론 나무에도 아쇼카라는 이름을 붙여 부른다. 아쇼카는 산스크리트어로 '슬픔이 없는''근심이 없는'이라는 뜻. 영어로 표현하면 '노 프러블럼(No problem)'이라는 말과 비슷하다. 하지만 아쇼카에는 함정이 있다. 문제 없다라는 말에 별거 아닌 것처럼 취급했다가는 인도인의 자존심을 건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성공전략은 아쇼카를 이해한 철저한 현지화. 단종 모델을 들고 와 한창 인기를 누리던 일본 합작법인에 맞서 아토스(현지명 상트로)를 판매했고 뒤이어 인도인에 맞춰 차량을 개조한 인도만의 고유 모델인 i시리즈를 선보이며 지난해 인도공장에서 60만대 생산을 돌파한 현대차도 시장점유율이 20%에 올라섰다. 여기다 인도시장만의 소비자 프로그램을 개발해 현지화에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전력사정이 원활하지 않은 점을 감안해 손전등 기능이 있는 휴대폰을 내놓는 한편 소비 패턴 변화를 고려해 LCD TV와 PDP TV 중심으로 매장을 바꿨다. 삼성전자는 인도시장에서 LCD TV 1위(30%), 휴대폰은 노키아에 이어 17.3%의 점유율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LG전자는 재고를 최소화하기 위해 냉장고 모델 수를 줄이면서 판매수량에 맞춰 생산하는 '평준화 생산' 전략을 추진하고 야채를 많이 먹는 식생활을 고려해 냉장고 야채박스를 타 지역보다 30%가량 크게 만들며 가전제품 1위에 올랐다. 아난드 샤르마 인도 상공부 장관은 "한국 상품들이 인도 전역에서 팔리며 한국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4~5년 뒤 CEPA 효과 극대화 =지난해 1월 한ㆍ인도 CEPA가 발효된 후 양국 간 경제협력과 교류는 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우리의 대인도 교역량(171억1,000만달러), 수출(114억3,000만달러), 무역수지(57억6,000만달러)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인도의 한국투자 역시 3억7,000만달러로 가장 컸다. 물론 지난해 교역이 44% 증가한 것은 글로벌 경제위기의 여파에 따른 기저효과라는 지적도 있다. 현지생산 비중도 높은 만큼 CEPA 수출 활용률이 아직은 미미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앞으로 제품의 시장구조가 선진화됨에 따라 CEPA 효과는 점차 커질 것임이 분명하다. 강범석 LG전자 인도법인 생산부장은 "지난해 약 450만달러 정도의 혜택이 있었고 올해는 600만달러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ㆍ인도 CEPA는 인도가 세계 11대 교역국가와 맺은 첫 번째 협정이어서 시장선점 효과도 기대된다. 여러 국가들로부터 구애를 받고 있는 인도는 일본과 다음달께 CEPA 협정문에 서명할 예정이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양측 모두 1년간 진전이 있었다는 공동의식을 갖고 있다"면서 "미래 예측이 어렵기는 하나 인도의 성장세를 감안할 때 4~5년 뒤 CEPA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서비스 분야 개방 및 비관세장벽 해소해야=21일 한국과 인도의 통상장관은 뉴델리에서 열린 '제1차 CEPA 공동위원회'에서 활용률 제고 및 자유화 확대 등을 위해 협정 개선(업그레이드) 작업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관세철폐 및 감축을 통한 교역확대, 투자증대 못지않게 인적교류 활성화, 비관세장벽 해소 등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009년 인도는 발효 4년간 최대 10개까지 우리나라 은행의 인도지점 설치를 약속했지만 우리은행과 외환은행은 인허가 문제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으며 삼성토탈 같은 기업들은 반덤핑 등의 수입규제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적교류 면에서도 지난해(11월 기준) 한국에 입국한 인도인은 4만6,276명으로 1년 전보다 1만여명 가까이 늘었지만 영어교사로 들어온 이는 고작 2명에 불과하다. 당초 예상했던 서비스 전문직 인력이동을 위한 상호개방에 거의 진전이 없는 것이다. 안호영 외교통상부 통상교섭조정관은 "여러 경쟁자 가운데 제일 먼저 CEPA를 체결하니 인도도 관심을 많이 갖는다"면서 "자유화의 폭을 넓히기 위해 협정을 업그레이드하는 한편 이를 전반적인 한ㆍ인도 경제통상 관계를 발전시키는 도구로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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