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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벤처자본가/미 실리콘밸리로 몰린다/‘고수익·고성장 실현’
입력1997-11-03 00:00:00
수정
1997.11.03 00:00:00
정상범 기자
◎한·대만·성항 등 4억불규모 투자/첨단 신생기업 육성아시아의 벤처 캐피털리스트(모험자본가)들이 고수익을 좇아 앞다투어 미캘리포니아의 실리콘 밸리로 몰려들고 있다.
실리콘 밸리야말로 빠른 성장과 높은 수익을 원하는 벤처 캐피털의 욕구가 실현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 자본은 언어나 문화적 동질성 등을 무기로 주로 아시아계 미국기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에따라 태평양을 가운데 놓고 아시아의 벤처 캐피털(VC)과 실리콘 밸리에서 활동중인 첨단신생기업들과의 국제적이고 광범위한 네트워크가 새로운 핵심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아시아지역(일본 제외)에서 미하이테크산업에 투입된 벤처 캐피털규모는 현재 4억달러수준. 최근 5년간 4배정도 불어난 규모다. 일본을 비롯해 한국·싱가포르·홍콩 등이 주력군을 형성하고 있으며 최대 자금줄은 대만이다.
이들은 미국의 신생기업에 아시아지역의 문호를 개방하고 그 대신 실리콘 밸리는 벤처캐피털시장 육성에 나선 아시아 국가들에게 훌륭한 시험대를 제공해 주고 있는 것이다.
태평양 양쪽에서 자금을 끌어 모으는 벤처캐피털회사도 늘어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월덴 인터내셔날은 아시아 전역에 사무소를 설치할 만큼 최대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이 회사는 원래 대만자금으로 출발했지만 투자가들은 미국의 연금펀드에서 아시아의 대기업까지 폭넓게 형성되어 있다.
비록 아시아계 자금의 절대규모는 미미한 편이지만 업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올들어 신규 유입된 아시아자금은 30억달러. 미국 전체 벤처캐피털시장의 25%수준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이들이 실리콘 밸리에 새로운 투자풍토를 확산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관심을 끌고 있다. 전통적인 벤처 캐피털이 못하는 역할을 떠맡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투자업체를 대상으로 아시아시장에 대한 진출을 제안하고 잠재적인 합작파트너를 소개해주기도 한다. 신생기업이 개발해낸 새로운 첨단기술을 생산할만한 공장도 알선해주고 있다. 과거와 같은 단순한 자금 제공을 거부하고 종합적인 공조관계를 구축한 셈이다.
WI 하퍼사의 피터 류회장은 『우리는 벤처캐피털의 전체적인 위상을 한단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투자기업과의 밀접한 유대관계는 아시아 기업에도 직접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는 앞으로 자국에 진출하는 것을 조건으로 자금을 지원해주고 있으며 대만자금을 지원받은 미국기업들은 대만업체로부터 반도체부품을 공급받고 있다.
아시아자본의 활발한 진출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도 적지 않다. 실제로 일부 소형 펀드는 단기 수익에만 급급한채 신생기업의 기술을 탈취하는데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기업을 육성하고 장기적인 수익가치를 부여하는데 중점을 두는 아시아의 벤처 캐피털모델이 실리콘 벨리에서 점차 기반을 넓혀가고 있다는게 일반적인 평가다.
실리콘 밸리의 벤처캐피털업계는 오직 투자기업이 성공할 것이라는 희망에 승부수를 던지는 도박사들의 무대나 다름없기 때문이다.<정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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