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의 인력 구조조정으로 상당수 애널리스트들이 자리를 잃게 되자 애널리스트 몸값 거품이 빠른 속도로 꺼지고 있다. 12일 증권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외국계 증권사에서 시작된 애널리스트 구조조정 바람이 토종 증권사에까지 확산되자 이들의 몸값이 지난해보다 많게는 30%나 깎인 것으로 전해졌다. C증권사의 리서치 센터장은 “개인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애널리스트의 연봉이 지난해보다 20~30%가량 낮아졌다고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B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과거에는 5억원 이상을 제시해도 국내 증권사는 쳐다보지도 않았던 외국계 증권사 시니어급 애널리스트도 요즘에는 연 3억원이면 데려올 수 있다”고 전했다. D증권사의 리서치 센터장은 “회사 전체적으로 예산을 절감하고 있어 리서치 센터 역시 인건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며 “기본급은 그대로 유지하더라도 성과급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증권사가 잇달아 설립되면서 애널리스트 수요가 늘어나자 애널리스트 연봉은 ‘부르는 게 값’일 정도였다. 그러나 외국계 및 토종 증권사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진행되자 실업자로 전락하는 애널리스트들이 크게 증가했다. A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은 “책상 위에 쌓여 있는 경력직 애널리스트 이력서만 해도 40~50장 정도”라며 “시장에 인력은 많은데 뽑는 증권사는 극소수”라고 말했다. B증권사 리서치센터장도 “외국계 증권사 출신 시니어 애널리스트 약 20여명가량이 인력 시장에 나와 있다”고 전했다. 한편 몸값 거품이 꺼지자 우수한 외국계 증권사 인력을 영입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최근 골드만삭스에서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로 이름을 날렸던 한승훈씨가 한국투자증권으로, 시티증권에서 조선을 담당했던 이석재 이사는 미래에셋증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메릴린치의 철강 담당 애널리스트 김민우씨도 굿모닝신한으로 둥지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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