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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리스크 반영 안된 예산… 나라살림 차질 오나

기준환율 1,130원 잡아 통과… 벌써 달러당 70원 차이


새해 벽두부터 원ㆍ달러 1,000원 붕괴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올해의 정부 예산안은 이 같은 외환 리스크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 채 국회를 통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3일 기획재정부와 여야에 따르면 국회는 2013년도 정부 예산안을 놓고 각종 복지예산 등을 수정했으나 정작 거시경제의 기본전제인 기준환율은 1,130원으로 높게 잡은 정부 원안대로 처리했다.

현재 환율이 1,061원대(3일 종가 기준)까지 추락한 것을 감안하면 달러당 무려 70원에 육박하는 오차를 정부와 국회가 무시한 셈이다. 환율 하락폭이 더 커지면 나라 살림에서 빚어지는 차질도 그만큼 심화될 수밖에 없다.

재정당국의 핵심 관계자는 "기준환율이 너무 높은 것 아니냐는 의견이 국회 상임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제기됐지만 앞으로 환율이 어떻게 움직일지는 신만이 아는 것 아니냐"며 "정부로서는 기준환율을 변경하기가 적당하지 않다는 입장이었고 여야도 결국 기준환율은 손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권의 시각은 재정당국이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환율 기준을 잡았다고 해석하고 있다. 한 대형 투자은행 관계자는 "이미 달러당 1,100원대는 무너졌고 앞으로 1,000원 중반이 붕괴돼 1,000원선까지 밀리느냐에 시장의 관심이 쏠려 있다"며 "만약 정부가 1,130원을 올해의 기준환율로 삼았다면 큰 폭의 환율변동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국내 주요 기관들은 올해 원ㆍ달러 환율이 평균 1,000원 중반대로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으며 해외 기관들은 이보다 더 환율이 떨어져 1,000원 선에 바짝 다가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해외 기관 중 미국의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지난해 10월18일부터 올해 3ㆍ4분기까지의 12개월 평균 환율을 달러당 1,000원까지 예측했다. 메릴린치도 올해 환율을 1,000원 선으로 추정하고 있다. 프랑스 BNP파리바는 1,030원 수준을 점쳤다. 국내 기관 중에서는 우리투자증권이 1,030~1,050원대로 새해 평균 환율 예상했으며 LG경제연구원은 1,040원으로 전망했다.

물론 정부로서는 거시정책의 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변수 전망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또 다른 재정당국자는 "환율하락 속도가 예상보다 더 가팔라지기는 했지만 이를 반영해 국가 재정의 기준환율을 바꾼다고 해도 그 수정치가 반드시 맞으리라는 보장이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딜레마에도 불구하고 예산안에 반영된 기준환율이 지나치다는 데에는 경제전문가들이 대체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당장 미국과 일본이 경기부양을 위해 양적완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 원화가치 상승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엔화 약세까지 이어지면서 단기적인 환차익을 노리려는 투자수요가 상황을 한층 악화시키고 있다.

지난 수년간 정부가 새해 예산안을 짤 때 기준으로 삼았던 환율이 번번이 크게 빗나갔던 점을 재정ㆍ외환당국이 뼈 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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