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1조원을 투자해 바다 위에 떠다니는 발전소를 만든다. 세계 최초로 액화가스 저장시설에 복합화력 발전설비를 하나로 합친 이동식 발전 선박을 오는 2017년까지 만들어낼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은 10일 서울 COEX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폴라리스시핑·한국중부발전·지멘스와 함께 이동식발전선(Mobile Powership) 개발을 위한 합작사업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동식발전선 프로젝트는 현대중공업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재기화 설비(LNG-FSRU) 건조기술에 세계 최고 효율의 발전설비 제작기술을 융합한 신개념 선박개발 기술이다.
LNG-FSRU란 해상에 떠 있으면서 액체 상태인 LNG를 재기화 장치를 통해 필요할 때 다시 기체로 만들어 해저 파이프라인으로 육상 수요처에 공급하는 설비다. 신건조 선박으로는 현대중공업이 세계 최초로 LNG-FSRU를 만든 경험이 있다. 셰일가스 개발 등에 따라 LNG-FSRU에 대한 수요가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대중공업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또 한번 앞선 기술력 확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동식발전선 개발에는 총 9,886억원의 투자비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며 2017년 12월 말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설비는 기존 육상 발전소와 달리 부지 확보가 필요 없어 지역 민원을 줄일 수 있다. 조선소의 표준화된 공정관리를 통해 공기가 단축되며 기존 송배전망에 연계해 신규 송전선로를 최소화할 수 있어 건설비용도 절감된다. 이동식발전선의 전력 생산량은 시간당 880㎿에 달해 원전 1기(950~1,000㎿)에 맞먹는 수준이다.
계약기간에 따라서 선택적으로 해외 고수익 발전사업지로 이동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처럼 일시적인 전력부족 현상에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이동식발전선 프로젝트는 세계 최초로 현대중공업이 개발, 건조한 LNG-FSRU 디자인을 바탕으로 880㎿급 최신예 복합화력 발전설비를 결합시켜 조선과 플랜트 기술이 복합된 창조적 신규 선형개발의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수행을 통해 향후 해외로 발전선 신조시장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중부발전에서는 이동식발전선이 세계 최초로 복합화력 발전설비와 액화가스 저장시설을 일체화시키고 기화장치와 가스터빈을 직접 연결해 연료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부발전의 한 관계자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전력수요에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로후스 베르크만 지멘스 에너지솔루션즈 사장은 "지멘스가 전세계 전력시장에서 쌓아온 기술력과 경쟁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모델인 이동식발전선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며 "지멘스의 발전설비 엔지니어링 노하우에 현대중공업이 보유한 세계 제일의 조선기술이 융합된다면 최첨단 해상 복합화력 발전설비의 창조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폴라리스시핑도 지진·홍수 등 천재지변 발생시에도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이동식발전선 개발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현대중공업을 포함한 4개사는 양해각서 체결 이후 전문가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팀을 발족해 기술적 타당성을 사전에 면밀하게 검토하고 설계에 반영할 계획이다. 이동식발전선 개발 프로젝트는 1단계로 국내 시범사업을 통해 성능을 확인한 후 전력 가격이 국내보다 높은 필리핀·인도네시아·브라질 등 전력부족 국가에 프로젝트당 20억달러 규모로 수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