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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기업 만들자]성공한 기업 실패한 기업
입력2001-11-21 00:00:00
수정
2001.11.21 00:00:00
LG건설·옛 주택은행등 건실경영 모범사례 꼽혀'제도는 평균 이상, 속내용은 낙제.' 한국기업 투명성의 현주소다. 회계제도의 투명성은 높아졌지만 정작 중요한 개별기업의 경영투명성은 답보 상태기 때문이다.
이동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결합재무제표 도입, 회계기준 강화 등 회계제도는 국제수준에 근접한 반면 수치로 나타내기 어려운 기업의 경영투명성은 제자리"라며 "한국기업이 신뢰를 얻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지적한다.
국내기업의 경영이 외국기업과 두드러지게 차이 나는 것은 이사회의 활성화 여부다. 이사회는 오너와 최고경영자의 전횡을 견제한다는 점에서 기업 투명성을 가늠할 때 가장 중요한 잣대라 할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이사회의 기능과 역할이 상식처럼 자리잡고 있지만 한국기업에서는 아직 보기 드문 현상으로 존재한다. 국내에서 이사회가 활성화된 곳은 옛 주택은행과 LG건설, 삼성전기 등 몇몇 기업에 불과하다.
이들 기업은 이사회를 통한 기업 투명성 확보로 경영이 건실해지고 주가도 올라가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LG건설은 결산 정기주총을 가장 먼저 여는 회사로 유명하다. 주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주주들의 관심을 분산시키기 위해 수백개의 상장ㆍ등록법인이 같은 날 결산주총을 여는 풍토와는 거리가 멀다. 그만큼 흠 잡힐 게 많지 않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기업 투명성을 나타내는 척도인 이사회도 활성화돼 있다.
경영진을 감시하는 핵심기구인 감사위원회를 사외이사의 법정 선임 비율인 3분의2를 초과해 전원 사외이사로 편성했다.
이사회 내 전문위원회를 둬 이사회 운영도 전문화했다. 공정거래법상 내부거래나 특수관계인간의 거래를 이사회 결의사항으로 명시해 고질적인 '한국적 기업 풍토' 중의 하나인 내부거래의 투명성을 높였다.
'건설업체=비자금 조성'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는 상태에 LG건설의 투명경영 노력은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된다.
투명성은 주가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LG건설 주식은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탈 때마다 대장주 역할을 맡으며 건설주 상승을 주도한다. 한국기업평가로부터는 회사채와 CP의 신용등급을 A2, A2+로 받는 등 건설업계 최고의 대외 신뢰도를 유지하고 있다.
국민은행도 국내기업 중 가장 투명한 경영구조를 갖고 있는 곳으로 손꼽힌다. 합병 이전의 옛 주택은행의 경영투명화 노력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일 통합되기 전의 주택은행은 유로머지지에 의해 전세계 650개 주요기업 가운데 '지배구조 최우수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주택은행은 특히 부실이 있을 경우 숨김 없이 공개하면서 솔직하게 투자가들에게 접근해 높은 신뢰를 쌓았다. 이 같은 개혁으로 주택은행 주가는 2,000~3,000원대에서 4만2,000원대로 최고 20배 이상 올랐다.
주택은행의 남다른 지배구조와 경영투명성은 통합국민은행에 그대로 이식되고 있다.
삼성전기와 써니전자ㆍ현대모비스ㆍSK텔레콤ㆍS-Oilㆍ신세계 등도 지배구조가 우수하고 투명성이 남다른 회사로 평가된다.
이들은 소액주주의 의견을 주총 안건으로 채택하고 기업설명회를 연 20회나 개최하는 등 주주중심의 경영을 펼치고 있다. 모두 실적이 우량한 회사로 주가도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기업들이다.
그러나 투명하지 못해 망하거나 불행해졌던 기업들도 우리주변에는 매우 많다. IMF 이전 대기업의 경우가 가장 대표적 사례다. 건실한 기업이 부실한 계열 기업에 출자하거나 지급보증을 하는 바람에 한 기업이 부도나면 그룹이 무너지는 경험을 대우ㆍ한보ㆍ기아ㆍ진로 등 수많은 그룹에서 봐왔다.
4월12일 외국인들이 현대중공업 주식을 대량 매도한 일도 투명성의 중요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97년 5월 현대전자(현 하이닉스반도체)의 미국 현지법인인 HSMA가 국내외 금융기관으로부터 12억달러를 차입할 때 현대전자가 HSMA가 생산한 웨이퍼의 전량 구매를 약속하면서 현대중공업과 현대상선ㆍ현대상사가 구매이행 보증계약을 체결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주가는 곤두박질했다.
당시 외국인들은 현대중공업 주식을 사흘 동안 집중적으로 팔아 2만7,050원이던 주가가 2만2,300원으로 17.5%나 폭락했다.
아직도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사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오너의 입김으로 경영이 좌지우지되며 기업간 부(富)의 이전이 몰래 진행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러나 이제 그 같은 사실이 알려질 경우 상장됐거나 등록된 기업은 예전처럼 쉽게 넘어갈 수가 없는 시대를 맞고 있다.
내년부터 자산이 2조원 이상인 기업은 집단소송제 적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소액주주들이 불투명한 기업의 관행을 그대로 좌시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크레디리요네(CSLA) 조사부의 김현기 상무는 "외국인들은 기업이 투명하지 못하면 돈을 어떻게 어디로 빼돌리는지 알 수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기업평가 작업을 할 때 투명성의 기준을 매우 높게 본다"며 기업의 투명성을 강조했다.
오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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