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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무역 김천호사장 왜 귀국 늦추나

대사관 보고안한 이유는?… 美 피랍사실 인지 시점 언제?

고(故) 김선일씨의 소속사인 가나무역의 김천호사장이 귀국을 자꾸 미루고 있어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베일에 가려져 있는 김씨 피랍에서부터 피살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과정에서 제기되고 있는 의문들을 속시원히 풀어줄 당사자가 바로 김 사장 본인임에도 이 기간 그의 행적은 의혹투성이기 때문이다. 가장 의문이 가는 부분은 김 사장이 김씨의 실종사실은 물론 피랍사실까지 왜 이라크 주재 한국대사관에 알리지 않았느냐는 것. 또 김씨의 유해가 국내로 운구될 때 자신이 직접 동행하지 않은 것에 대해 많은사람들이 일단은 의아하게 여기고 있다. 그는 외교부에 제출한 진술서를 통해 "지난 11일 무장세력과 잘 알고 있는 현지변호사를 통해 억류사실을 알았으나 이를 대사관 등에 알리지 말라고 했다"고 했다. 하지만 소속직원의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는 상황에서 대사관측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특히 김 사장은 김씨가 실종된 이후에도 네 차례나 대사관을 방문했고, 자신이 김씨 피랍을 인지했다고 주장한 11일 당일에도 대사관을 찾았었다. 더군다나 김씨를 납치했던 단체가 비디오 테이프를 세계적 언론사인 AP통신에 이달초 보낸 점에 비춰보면 무장단체가 김씨 피랍사실을 세상에 알리려 했다는 것으로 보여 그의 주장과는 정면 배치된다. 미군이 사전에 김씨 피랍을 알았는지 여부도 김씨가 밝혀야할 대목이다. 가나무역 원청사인 AAFES(미국 육군 및 공군 복지기관)의 사장이 미군 장성인점에 비춰 김 사장이 김씨의 피랍사실에 대해 어느 정도 알려줬느냐에 따라 AAFES가 미군당국에 보고를 했는지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미군이 이를 첩보수준에서라도 알고서도 우리 정부에 사실을 전달하지 않았다면 한미관계에 심각한 균열이 일 수도 있는 사안이다. 또 김씨의 실종 및 피랍을 인지한 시점에 대해 언론인터뷰와 당국조사 등에서 자꾸 말을 바꾸고 있는 점도 김씨가 확인해줘야 할 부분이다. 김 사장을 둘러싼 각종 추측이 산재한 가운데 그는 김씨 피살 직후 귀국의사가 없다고 했다가 대사관측의 종용에 27일 한국행 비행기를 타겠다고 번복한 뒤 또다시 이달 30일 이전에는 귀국이 어렵다는 뜻을 정부에 전해왔다. 업무상의 이유라고는 하지만 한반도를 통탄에 빠뜨린 '비극'의 한가운데에 서있는 김씨가 자꾸 귀국을 미루는 데 대한 의혹의 눈길은 더해만 가고 있다. 그를 향한 전국민의 따가운 시선과 감사원 조사, 국정조사 등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는 국내상황도 김 사장에게 부담이 될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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