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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FTA 美측 시한에 쫓겨 부실화 우려

美자국법 준수 가이드라인 고수, 진전 없어<br>"내년3월 타결목표 늦춰야" 목소리 커질듯

한미 FTA 4차 협상 이틀째인 24일 한국 대표단 실무자들이 분과별 협상을 위해 제주 신라호텔에 설치된 협상장으로 들어가고 있다./고영권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4차 협상에서 우리 측이 중요 현안 중 하나인 무역구제 분야에서 대폭적인 양보에 나선 것은 미국의 시한에 쫓기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의 하나로 분석된다. 북한 핵실험으로 또 하나의 주요 이슈인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을 얻어내기 힘든데다 협상 타결에만 급급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겹쳐 한미 FTA 협상의 ‘속도조절론’이 향후 국회 등 정치권에서 본격적으로 제기될 가능성도 크다. ◇시한에 쫓겨 부실협상 논란 일 듯=무역구제 분야의 반덤핑 조치 완화는 우리 기업이 한미 FTA에서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사안이다. 미국의 평균 관세율이 낮아 섬유 정도를 제외하고는 한미 FTA를 통해 관세인하 효과를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반면 우리 기업은 반덤핑 규제 천국인 미국의 관련규제를 완화하면 상당한 이득을 얻을 수 있다. 한국 기업이 지난 25년 동안 반덤핑 및 상계관세로 미 측에 낸 부과금만 대미 수출의 약 7%에 해당하는 370억달러에 달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미 의회는 행정부에 무역협상권한인 TPA(Trade Promotion Authority)를 부여하면서 “무역구제조치법의 보전을 최우선 목표로 하라”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상태여서 한미 FTA 무역구제 협상이 전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미국법 때문에 무역구제는 타 분과와 달리 협상 데드라인이 연말까지로 좁혀져 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다 보니 우리 측 협상단은 당초 요구수준에서 대폭 후퇴한 것으로 여겨진다. 협상단의 한 관계자는 “반덤핑 조사 전 통보 및 사전협의 등 3가지 요구사항이라도 미 측이 수용한다면 큰 진전”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 ‘시간’, 그것도 ‘미국 측 시간’에 맞추려다 실질적인 반덤핑 제재 완화가 물 건너갔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무역협회의 한 관계자는 “FTA를 맺더라도 미측이 반덤핑 제재를 계속 남용한다면 FTA의 의미는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협상 속도조절론 부상하나=무역구제뿐 아니라 미 측은 공산품 분야에서도 찔끔찔끔 개방수위를 조절하며 협상 중단 등 파행을 불러오고 있다. 이는 협상시한이 제한된 상황에서 우리 측에 불리하게 작용할 공산이 크다. 또 북 핵실험 이후 불안한 안보상황 때문에 정부가 저자세 협상으로 내용을 희생하면서까지 한미 FTA 체결에 급급할 수 있다는 지적도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미 측은 더욱 강경하게 나오고 있는데 웬디 커틀러 대표는 지난 23일 “북 핵실험으로 개성공단에 대한 입장이 더 완고해졌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때문에 늦어도 내년 3월까지 한미 FTA 협상을 타결하겠다는 정부의 목표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속도조절론이 급부상 중이다. 협상 자체 속도만으로도 한미 FTA 협상은 빠르게 진행 중인 ‘한ㆍ인도 FTA’ 협상보다 두 배 이상 과속하고 있는 실정. 협상단의 한 관계자도 “미 측의 시한 때문에 가용인력을 총동원해 다른 어느 협상보다 빠르게 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여당을 중심으로 다가올 대선에 별 도움이 안 되는 한미 FTA를 늦추고 한ㆍ유럽연합(EU) FTA를 앞서 타결하자는 주장이 수면 아래서 요동치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미국의 중간선거(11월7일) 이후 한미 FTA 속도조절론이 본격적으로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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