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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리포트] 日열도 金사재기 열풍
입력2002-02-17 00:00:00
수정
2002.02.17 00:00:00
"엔화는 불안하다. 은행도 못 믿겠다. 그래도 믿을 수 있는 건 금 뿐이다."경제 불안이 날로 심화되는 일본에서 금에 대한 관심이 최근 들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엔화가 한때 달러 당 135엔 수준까지 폭락하고, 주가는 1만선을 회복했지만 한때 9,500선이 붕괴되기도 하는 등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오는 4월부터는 은행의 예금보호한도가 1,000만엔까지로 제한돼 일본 국민들은 자산 운용에 극심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특히 지난해 9월 11일 발생한 테러 대참사 이후 국제 정세가 요동을 치고 국내 고용사정은 전후 사상 최악의 지경에 빠지는 등 사회 불안이 만연하자 그나마 안심할 수 있는 자산으로서 금이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시사주간지 요미우리 위클리 최신호에 따르면 금 매매상이 모여 있는 도쿄 간다(神田) 지역에서는 최근 베낭 속에 1만엔 짜리 지폐 다발을 가득 담아 와 금덩이를 사 가는 중ㆍ노년층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10킬로그램 단위로 금덩이를 구입해 가는 '큰 손'들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에는 금 판매량이 전년 동기대비 3배에 달한 데 이어, 올들어 지난 1월에는 각 판매상들의 판매량이 전년 동기대비 4~5배, 전월 대비로도 5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금의 인기가 폭등한 계기는 지난해 발생한 9.11 테러 대참사. 사건 이후 급증한 금 수요는 11월 들어 한때 가라앉는 기미를 보였지만, 국내 금융 기관들이 판매하던 실적배당 상품인 MMF(머니 마켓 펀드)가 기업들의 대규모 파산 이후 원본을 까먹는 사태가 발생하자 12월 중순부터 다시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국제 금 상품 판매촉진 기관인 WGC(World Gold Council)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에서 투자 목적으로 판매된 금의 60% 가량이 9월 11일 이후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WGC 일본 지역 대표는 "종전에는 금화 가치가 오를 때 재테크를 위해 금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았던 반면 지금은 투기 목적이 아니라 자산으로서 금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이후 금 가격이 3년여 만의 최고치로 올라서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인기가 식을 줄 모르는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세후 금 소매가격은 일본 경제가 금융불안에 시달렸던 지난 98년 10월 이래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사회 불안을 이유로 일본인들이 금이나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경우 경제 불안 요인을 한층 가중시키는 악순환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점.
개인 자산을 지키기 위해 엔화에서 등을 돌리고 금이나 달러를 사들이는 일본인이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경우 엔화 가치는 더 떨어지고 금융기관은 더욱 부실해져 결국 일본 경제는 한층 허약해지는 부(負)의 연쇄고리가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신경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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